한때 한국 경제를 이끌던 섬유와 기계 등 제조분야 전통산업이 위기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섬유와 기계산업에 주력하던 대구광역시가 지난 수년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래형자동차, 물산업 등 신성장 산업육성에 총력을 쏟는 이유다.
기존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녹여 신성장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사업 역시 대구 현안이다. ICT 분야 전국 최다 인재 배출 지역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고급인력 수도권 유출은 풀어야 할 숙제다.
열악한 지방 재정에다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지금까지 최하위를 못벗어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제대로 된 첨단 신산업 육성 없이는 대구 경제 앞날은 어둡기만하다.
민선 7기 출범 4개월째 접어든 권영진 대구시장은 민선 6기 동안 바닥을 다져온 미래형자동차, 물산업, 의료, 스마트시티 사업에 속도를 붙이겠다고 했다. 대구의 혁신적 산업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권 시장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과 정책을 들어봤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인구구조 변화 등 행정을 둘러싼 대외적 여건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 기회로 인식하고, 현재 도전을 미래설계 발판으로 삼아 풍요로운 시민 삶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권 시장은 지난달 민선7기 시정 운영철학을 담은 시정 슬로건과 2030년 대구 미래를 그린 '대구미래비전 2030'을 발표했다. 민선7기 4년간 그려나갈 시정 밑그림이다.
그는 대구미래비전 2030 발표 취지에 대해 이 같이 말하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대구가 스마트시티 일번지로 우뚝 설 수 있는 의지를 담아 2030년 대구 지향점을 '월드 스마트 리더, 대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대구미래비전 20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사업은 첨단기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권 시장은 “글로벌 미래산업허브, 월드클래스, 대도시권 중심, 시민이 행복한 도시공동체 등 핵심전략은 제조업 스마트혁신,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 빅데이터와 스마트센서 등 최신기술과 연계한 스마트&세이프시티, 사물인터넷(IoT) 연계한 스마트케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민선7기에 미래형자동차, 물, 의료, 에너지, 로봇 등 5대 미래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권 시장은 대구경제 체질을 5대 미래산업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첨단산업으로 혁신, 스마트시티로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구가 추진하는 미래산업 가운데 권 시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미래형자동차산업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중국 등 후발주자 급성장, 환경 오염 심화 등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미래형자동차분야는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시장은 르노대동공업 컨소시엄 전기화물차 개발, 제인모터스 전기화물차 양산 등 1톤급 전기화물차 생산을 추진, 민선6기 동안 미래형자동차산업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올해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전기차 4206대를 보급하고,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공용충전기를 확충하는 등 미래형자동차 생산보급 선도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주행시험장,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분원, DGIST 등 미래형자동차 관련 혁신역량이 탄탄하다. 2016년 9월에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단지 지정 협약을 체결, 자율주행차 실증도로를 구축하고 있다.
권 시장은 “대구는 첨단 지능형 자동차 연구기반 조성으로 전기자율차 신기술 실증체계 구축을 위한 최적 도시로 부상했다”면서 “전기차 생산기반 구축 및 보급 확대에 앞장서 생산과 보급을 잇는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생산, 대구자동차 등록대수 50% 수준인 50만대를 전기차로 보급, 국내 전기차 산업 대중화를 이끌어간다는 전략이다.
권 시장은 특히 11월 1일부터 4일까지 대구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DIFA)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자동차 박람회로 육성, 미래형자동차 선도도시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킬 계획이다. 실제로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전문가포럼은 미래자동차와 ICT분야 국내외 전문가 90여명이 참가해 미래자동차 융합기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권위있는 대회로 자리잡았다.
소프트웨어(SW) 등 ICT산업 구조 고도화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ICT산업 72.1%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가운데 대구는 전국 대비 ICT기업수가 2.2%, 종사자수는 3.9%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구 ICT산업이 지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만만치 않다. 대구지역 ICT산업 분야 매출이 지역총생산액 14.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권 시장은 “사회 모든 분야에 ICT를 적용 및 활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만큼 지역 ICT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한 지원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ICT산업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지능형로봇 등 차세대 ICT 및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의료와 자동차 등 융합 분야에서 기업별 전문 솔루션을 개발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지원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가 중점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수성알파시티 리빙랩 조성, 국책사업인 국가전략프로젝트 R&D실증, 5G기반 스마트시티 서비스 실증사업 등에 지역 ICT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권 시장은 특히 “수성알파시티에 연말까지 SW융합클러스터 조성을 마무리짓고, 2020년에는 SW융합 전문기업 100개 이상, SW인력 1500여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고밀도 ICT 집적지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최근 스마트시티 국가전략프로젝트 실증도시 사업과제를 따냈다. 국가전략 R&D사업 일환으로 기존도시 내에 스마트시티 확산모델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5년간 국비 358억원을 포함, 총 614억원 예산을 투입해 교통, 안전, 도시행정 분야 도시문제 해결과 기술혁신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구 스마트시티 사업 특징은 지방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형이라는 점이다. 시는 이와 관련 이달 안에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협업채널 스마트시티지원센터를 개소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온·오프라인으로 제안받아 적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전국에서는 최초로 스마트시티 시민 참여 장인 '디지털시민청'도 개소할 예정이다.
권 시장은 최근 민선7기 공약실천계획을 발표했다.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라는 시정슬로건 실현을 위해 시민에게 약속한 4년간 공약 실천방법을 구체적으로 담은 로드맵이다.
공약실천계획에 담긴 시정 5대 목표는 기회의 도시, 따뜻한 도시, 쾌적한 도시, 즐거운 도시, 참여의 도시다. 5대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추진전략 근간은 ICT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 ICT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경제, 산업, 환경, 안전, 도시기반, 소통의 가치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모든 분야 혁신을 통해 시민 행복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지난 8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 공동선언식을 열고, 경제공동체 실현과 기업 투자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2일에는 대구경북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하루동안 자리를 바꿔 근무하는 교환근무도 했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 상생협력은 수도권 중심 개발정책과 집중화에 맞서는 대안이며, 상생협력을 통한 성장엔진 발굴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약력]
*주요 저서로 2011년 '개천에서 용만들기'와 2014년 '가능하다', 2018년 '대구, 이미 시작된 미래'가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