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상가보다 3배가 넘는 가격으로 암표가 거래된 결승전은 남의 집 잔치가 됐다. 한국 팀이 롤드컵 출전 이래 8강 이전에 모두 탈락한 건 처음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팀이 롤드컵 예선에서 고배를 들이켰다. 게임 내부 흐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데다 우리나라 승리 방정식이 철저히 분석 당한 것이다. '한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타성도 작용했다. e스포츠 산업 육성에 소극성을 보인 정부와 관련 기관 정책 의지도 이번 결과에 한몫했다. 지난 3개 대회 결승전은 한국 팀 간 대결이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면에 해외 구단들은 양궁처럼 한국 코칭 스태프를 적극 영입하면서 선진 역량을 흡수했다. 또 태권도처럼 구단 기량 상승을 이끌었다. 북미 지역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 C9에는 복한규 감독과 정민성 코치가 포진하고 있다. 중국 IG에는 김정수 코치를 비롯해 강승록(더샤이), 송의진(루키)가 뛰고 있다. G2 김배인(와디드), EDG 이예찬(스카우트)도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해내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선수 개인 기량뿐만 아니라 게임 외부 지원도 아쉬운 대목이다. 선수 재능에만 의존하는 사이에 e스포츠를 뒷받침해야 할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롤드컵 8강전이 치러졌다. 중국 IG가 KT롤스터를 꺾고 가장 먼저 4강 진출권을 따냈다. 미국 C9은 아프리카 프릭스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단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출전 팀 이상 징후는 16강 때부터 나타났다. 한국은 롤드컵에 3개 팀을 출전시켰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 삼성을 승계한 젠지e스포츠는 16강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다. B조 꼴찌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아프리카 프릭스도 16강 초반에 2연패를 기록,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후 승리로 팬 염려를 잠재우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KT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도 4강이 열리는 광주로 향하지 못했다.
한국 팀이 진출에 실패한 4강에는 유럽 G2와 프나틱, 중국 IG, 북미 C9이 올라갔다. 유럽에서 두 팀이 4강에 진출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e스포츠 관계자는 “한국 팀이 모두 떨어지는 것을 보니 세계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아쉽기는 하지만 쓴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