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기술을 관련 기업에게 알리고 심지어 무상 배포하면서 기술을 확대하고 생태계를 넓히는 것이 '표준전쟁'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치열한 표준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IEC 부산총회를 통해 우리나라 표준 생태계가 확대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김동섭 한국전력 부사장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산하 시장전략이사회(MSB) 이사로 활동하는 국내 전력분야 표준 전문가다. 김 부사장은 14년 만에 국내서 열리는 IEC 부산총회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김 부사장은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IEC 총회나 이사회를 지켜보며 국제표준화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표준 기술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 국제표준화 활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부사장은 전력 분야에서 표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설비는 항상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즉시 고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력 기자재와 관련한 표준화 기술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표준화가 한전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도 자체적인 표준화 활동에서 출발했다.
김 부사장은 “한전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을 통해 표준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며 “자체적인 표준화 노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한국형 고속전력선통신(PLC) 기술을 지난해 IEC에 등록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적용하는 등 그 분야 선두주자 지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 기업 국제표준화 활동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을 중심으로 한 기업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창기 우리나라의 전력분야 표준이 국제표준과 다른 일본을 따르다 보니,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이 다른 비효율이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표준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확산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표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그 비용을 회피하면 향후에 표준을 따라가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한전의 표준화 활동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전력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 화두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여러 SW와 ICT를 접목한 전력계통 운용과 관련 기술을 표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넓혀 갈 것”이라며 “전력 플랫폼 사업자로서 이를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운용기술과 SW 표준화에 적극 나서 세계적인 표준 선도회사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