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센 추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기대보다 성장이 더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등 악재로 시름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사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디스플레이 국책 연구개발(R&D) 과제 예산은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올해는 신규 예산이 전무해 담당 부처가 부랴부랴 추가 예산 15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일몰제를 적용받으면서 마무리 단계를 밟는 기존 사업 예산을 제외하면 새로 편성되는 사업이 없었다.
국책 과제는 대학과 중소·중견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R&D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대학에서는 해당 분야를 깊게 경험한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 있다. R&D에 투자할 비용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차세대 기술에 자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타 사업으로 7년 동안 5230억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내년에 이 사업에서만 약 100억원 규모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학 연구실은 정부 지원이 끊기다시피 해서 바이오 등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발굴과 R&D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국책 과제로 'LCD 중기 거점 기술 개발 사업' '선도 기술 개발 사업(G7)' '첨단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꼽는다. 이들 사업을 바탕으로 기업, 대학, 정부가 뭉쳐 적극 투자, 대규모 인력 양성, 정책 지원, 대학과 기업 간 활발한 연구 협력을 이뤘기 때문이다.
선도국을 추격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없는 길을 개척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형 성장을 해야 한다. 기술 난도는 더 높아졌고 실패 확률도 커졌다. 기술을 완성해도 어떻게 시장을 창출할지 고민도 깊어졌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또 한 번 산·학·연·관 성공 사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어렵게 따낸 이번 사업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이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에서 선두 입지를 새롭게 다지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