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정보 무단 유출·공개 혐의로 현직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법적 자료의 외부 유출, 공개가 반복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심 의원 보좌진 3명이 재정분석시스템(OLPA)에서 비인가 자료를 열람·내려받기 한 사실을 확인, 검찰에 고발했다. 이 조치에도 심 의원이 해당 자료를 지속 외부에 공개하자 심 의원 본인을 추가로 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김 차관은 “재정정보 유출·공개 문제로 정부가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투명하게 검증받을 수 있도록 재정자료가 유출된 37개 기관을 포함한 전체 부처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심 의원은 무단으로 획득한 자료를 즉각 정부에 반환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않은 채 기자회견 등에서 제3자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정보통신망에서 처리·보관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과 행정정보의 권한 없는 처리를 금지'한 정보통신망법, 전자정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정확한 사실이나 경위 등에 대한 확인 없이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 의원은 OLPA에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청와대가 심야·주말 업무추진비로 총 2억4000여만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쟁점으로 △비정상적 접근방식 습득경위 △비인가 정보습득의 불법성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 △불법적 행위의 계획성·반복성을 꼽았다.
김 차관은 “비정상적 접근방식을 최초 습득한 황 모 비서관은 OLPA를 6년 이상 사용해 사용·접근권한 등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취득한 비인가 자료는 단순히 클릭 두 번으로 접근이 가능하지 않고 5단계 이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법성을 인지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비정상적 접근방식을 우연히 습득했다면 재정정보원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실 소속 공무원으로서 이런 비정상적 접근과 열람·취득 행위를 중단하고 재정정보원에 알려 개선토록 조치해야 했다”며 “오히려 접근방식을 습득한 직후 심 의원과 보좌진이 추가로 아이디(ID)를 발급받고 단기간에 조직·반복·집중적으로 불법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및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정권 차원의 기획된 야당 탄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을 통보받고도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하며 문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은 “심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관련해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대한 사법부나 행정부의 판단, 집행 과정에 최소한의 제도적 절차가 미비돼 있다면 여야를 떠나 국회 구성원 모두와 함께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