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투명 폴리이미드

코오롱은 2005년 세계 세 번째로 폴리이미드(PI)를 양산했다. 연구개발(R&D) 시작 7년 만에 거둔 성과로, 우리나라에서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오롱은 이듬해인 2006년 곧바로 색이 없는 투명 PI 개발에 착수했다. 투명한 PI를 개발하면 유리를 대체하는 등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도전은 다시 시작됐고, 이번에는 R&D 10년 만인 2016년 투명 PI 개발에 성공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업화를 위해 900억원을 투자, 올 상반기 세계 최초로 투명 PI 설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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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PI).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삼성전자가 자사 첫 폴더블 스마트폰에 스미토모화학 투명 PI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을 반복해서 접었다 펴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커버 윈도로 딱딱한 유리 대신 유연한 투명 PI가 쓰일 예정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스미토모화학은 삼성 폴더블폰용 투명 PI 공급을 놓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지만 스미토모 제품이 선택 받았다.

코오롱은 세계 최초로 투명 PI 양산 설비를 갖추고도 벽에 부닥쳤다. 그러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폴더블폰은 삼성전자 외에도 중국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이 준비하고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등이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첫 제품에 그치지 않고 차기 모델을 지속해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 PI는 이제 시장이 열리는 개화 단계다.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강국이지만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한다. 투명 PI는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소재 산업에서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국산화 사례이자 세계 1등을 점할 수 있는 소재다. 이 때문에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투명 PI를 최종 완제품에 적용하는 마침표까지 찍어 국내 소재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성공 사례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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