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3년 3월 주식 옵션거래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 17분 동안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전산 오류로 중국 '하이량교육' 주가가 8분 동안 시가 총액 세계 1위 애플보다 6배나 많은 5800조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2016년 매출 7066억원에 불과한 기업이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4월 삼성증권이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 과정에서 주당 1000원 배당금이 아닌 1000주 주식을 지급, 위조 주식이 112조원이나 발행되는 실수를 범했다.
이들 세 가지 사건을 모두 '팻핑거'라고 부른다. 트레이더가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 탓에 실수를 한다는 비유에서 나온 용어다. 그러나 이런 실수는 트레이더의 주문용 애플리케이션(앱) 인터페이스에서 사용자경험(UX)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예견된' 실수였다. UX에 대한 전략 부재 대표 사례다.
최근 핀테크가 이슈가 되면서 시스템통합(SI) 등 정보화 사업에서도 UX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보화 전략 계획, 프로젝트 진행, 프로젝트 감리 등 모든 분야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관련 사업 제안 요청서를 검토해 보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것이 UX에 대한 전략 적용이다.
그러나 아직은 '팻핑거'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없고, 시한폭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필자가 관련 프로젝트에 UX 전문가로서 참여해 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UX 전략 부재 관련 문제점은 다양하다. 우선 웹 접근성 준수와 UX 전략 적용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 중심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프로젝트 수행 시 필자에게 UX 분야 감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많은 경우 웹 접근성을 준수했다고 해서 제안 요청서에서 제시하는 UX 전략을 적용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접한다. 웹 접근성이란 모두가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미다. 정보화 사업은 장애인만을 위한 목적이 특별하지 않는 한 대다수 사용자가 비장애인이다. 적합한 UX 전략이란 이런 대다수 일반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좋은 UX 전략이라는 착각도 있다. 메트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과도한 그래픽을 제외하고, 실제 콘텐츠를 주요 인터페이스에 배치함으로써 가독성과 정보 전달 선명함을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다. 킹 카운티 메트로 공항과 실제 지하철의 깨끗한 표지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윈도8에 최초 도입된 뒤 지금까지 가장 유행하는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윈도8은 총 개발비를 10조원 이상 쏟아 부었음에도 결국 실패했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사용자들이 익숙해져 있던 좌측 하단 '시작' 버튼을 없앤 것이 중요한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UX 전략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손해를 본 대표 사례다.
마지막으로 UX 전략 부재는 주요한 의사결정이 번복되는 등 잦은 변경으로 프로젝트를 지연한다. UX 관련 논문과 기사 등을 참고해 보면 UX 전략은 수치화, 정형화가 어렵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UX 전문가 의견보다 프로젝트 최종 의사결정권자 주관이 개입되기 쉽다. 이런 의사결정권자 의견은 프로젝트 종료 시까지 빈번하게 변경된다. 명확한 기준 없이 소수 책임자 사견으로 결정하고 번복하는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기간과 인력이 추가되고, 프로젝트 품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팻핑거 같은 UX 전략 부재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은 막대한 금전 손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UX 전략을 웹 접근성으로 착각하고, 최신 디자인 적용이 UX 전략이라고 오해하고, 의사결정권자가 UX를 임의로 결정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언젠가 터지게 될 팻핑거 같은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안진호 아이디이노랩 대표 pibuch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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