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사이버전 언급 없는 평양 군사합의... "총성 없는 전장, 육해공 위험 수준 동등"

4월 '판문점 선언'에 이어 평양 군사 합의에서도 사이버전은 빠졌다. 육상,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군사 긴장은 완화됐지만 '총성 없는 전장'이라 불리는 사이버 공간 긴장 국면은 여전하다. 남북 해빙 분위기 속에서도 특정 국가 세력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 정황은 꾸준히 포착된다. 후속 회담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논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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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일체의 적대 행위 전면 중지'를 선언한 4·27 판문점 정상회담 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해킹 공격 및 첩보전이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현실 전장에서는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보이지 않는 사이버 전장 위협은 수위가 높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이사는 “최근 평화 분위기가 지속되지만 이달에도 특정 국가로 추정되는 공격이 있었다”면서 “지난번 판문점 선언 이후 공격이 있은 것처럼 이번에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으로 지상, 해상, 공중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하는 실천 방안에 합의했다.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했다는 평가다. 군사 분야 합의서 1조 1항에도 '쌍방은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명시했다.

반면 보안 및 사이버전 전문가는 사이버 공간 공방은 지속되는 상황으로 판단한다. 최근 시스템 마비, 데이터 삭제 등 파괴 행위는 줄었지만 각종 정보를 탈취하기 위한 첩보 활동이나 암호화폐 탈취·랜섬웨어 등 외화벌이를 위한 금전 취득 목적 공격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해 대응 전문가는 “익명성 강한 사이버 공간은 공격 그룹의 배경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워 우방국 간에도 끊임없이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남북 군사 합의로 물리 형태 적대 행위는 중단되더라도 사이버전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보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사이버전을 육·해·공 충돌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고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 단순히 홈페이지 마비나 네트워크 장애를 넘어 국가 안보 전반에 위협을 미치는 핵심 전장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최근 박진혁이라는 북한 해커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소니픽처스 해킹 등 혐의로 기소했다. 북한에 의한 사이버 공격 위협을 공식화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F35 같은 첨단 전투기도 검수 단계에서 보안성 심사를 모두 받을 정도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추정 공격이 감소하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데 사이버전, 사이버 공간 적대 행위 중단은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 사이버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카스퍼스키랩 사이버 위협 분석 전문가는 20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사이버 시큐리티 위크 2018에서 “1, 2차 남북정상 회담 뒤에도 북한 지원을 받는 라자루스 그룹 활동은 줄지 않았다”면서 “정치 관계가 개선되는 것과 사이버 세상은 별개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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