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개성공단 우선 정상화·서해경제공동특구 협의…경협, 실질적인 진전 시대로

폐쇄된 지 2년 7개월 만에 개성공단 활동이 재개된다. 금강산 관광 사업도 정상화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특구 조성 문제도 협의에 들어간다. 동·서해안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도 연내 이뤄진다. 북한이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음에 따라 그동안 공전하던 남북 경제협력(경협) 논의도 실질적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서해안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 실질적인 경협 확대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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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오늘 평양에서 북과 남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기로 하였고,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며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개성시에 위치한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을 상징한다. 2016년 2월, 남북관계 악화로 가동이 전면 중단될 때까지 120여개 기업이 입주해 사업을 펼쳤다. 2015년 기준 개성공단 생산액은 5억6329만달러(약 6300억원), 개성공단에서 고용한 북측 근로자는 5만5000여명에 달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과 기타 비용 상당 부분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공단 폐쇄를 기습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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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가동 중단에 따라 철수했다. 당시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서 물자를 실은 차량이 입경하는 모습.(전자신문DB)

정권이 바뀌고 남북 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감에 따라 개성공단 재개 기대감이 커졌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과의 합작회사 운영 및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한 대북 제재 조항 위배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환경 조성'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북미 간 협의 진전과 이에 따른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성공단 재개가 처음으로 공식 언급됐다는 점에서 막혀있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함께 방북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사전에 북측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 현 상황과 재입주 준비 상황 등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은 이번 회담 결과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한반도 평화번영은 개성공단 정상화로부터 시작된다”며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진전을 이룬 만큼, 북·미간 협의도 잘 진행되기를 희망하며, 공동선언에서 언급한 남·북 평화번영 상징인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동서 경제·관광특구 역시 두 정상이 협의 진행에 합의한 만큼 당국 간 후속 논의가 바로 이뤄질 전망이다. 연내 착공되는 철도와 도로를 따라 서해 쪽에는 남한 기업이 입주하는 산업단지 형태 경제특구가, 동해 쪽은 금강산 관광과 연계한 관광특구 조성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축사에서도 접경지역에 남북 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통일경제특구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선결 과제는 대북 제재 완화다. 전문가들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실천 방안을 제시한 만큼 북미 간 협의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경협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공동 연구와 교류, 제도 정비도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봉현 IBK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결국 북미 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제재 유연화 조치에 맞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 조건이 맞춰질 때까지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입주 기업 방북이나 공단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제도 정비 논의 등에 먼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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