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은 문재인 대통령 정치적 입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신은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정상회담에 나섰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핵협상을 재개하고 양국 간 평화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중재' 역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신은 평양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에게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국내외 정치적 난관이 많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선 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나서는 점을 상기시켰다.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넘어섰다. 그러나 실업률 상승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국내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지난 7일 처음 50% 이하로 떨어져, 49%를 기록했다. 8월 취업자가 3000명 증가에 그치고, 강남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이 첫 번째 정치적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우선 요구하는 북한과도 협상해야 한다. 선(先)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입장과 달리 북한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북미정상회담을 미루며 이른바 '시간을 버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인이 대거 방북하지만 어떠한 투자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먼저 해제돼야만 가능하다.
미국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 워싱턴 역시 비핵화에 대한 실직적 조치 없이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별도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최근 일련의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북한 해커를 처음으로 기소하고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 IT인력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러시아 소재 위장기업으로 활동한 것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엔사령부는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막았다. 미국 워싱턴 정가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먼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평양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프레스센터에도 900여석이 달하는 외신 기자석 대부분이 채워졌다.
평양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측은 이날 오전 기준 내신 기자 2224명, 외신 기자 447명 등 총 2671명의 기자가 DDP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현장 등록 기자까지 추가하면 취재진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 당시 취재를 신청했던 2962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