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총수가 18~20일로 예정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할 전망이다.
13일 청와대와 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4대그룹 총수에게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공식 전달했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동행은 확정됐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권오현 회장 중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그룹에서 총수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상황이라 삼성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두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된다면 2000년과 2007년 1·2차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4대그룹 총수가 모두 평양 회담에 참석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구광모 회장의 경우 7월 회장 취임 후 첫 해외순방 동행이다.
1차 회담 당시엔 대기업에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2차 회담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4대 그룹 총수의 참여가 확실히 되면서 그룹 비서실은 초비상이다. 일반적인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그룹 총수가 동행할 경우 수행원은 최소 5명 이상 함께한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는 대통령 전용기로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수행원 없이 총수만 움직인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비서실이 총수 동선 등을 파악하느라 비상 사태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남북정상회담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주말에도 준비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대그룹 총수 외에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제인으로는 유일하게 만찬에 초청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참석 가능성도 높다.
중견·중소기업 대표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중소기업 대표을 참석시킬지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경제협력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곧바로 추진할 수 있는 남북 경협 사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협 관련 청사진을 그리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상 재계 젊은 총수들을 소개하는 상견례 성격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