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이 일감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주목받는다. 애초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기술 진보로 고용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19세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미래차 기술 발전이 인간 일자리를 뺏는 만큼 새로운 일감과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완성차는 물론 IT, 전자 기업들이 신기술에 투자하면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차 신산업, 일감·일자리 늘린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자율주행차 분야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지 고용 사이트에 올라온 자율주행차 관련 채용 공고도 200% 이상 늘었다. 현재까지 올라온 미래차 관련 일자리는 기술직이 대다수다. 그러나 완성차 기업은 물론 IT, 전자 기업까지 미래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채용 직군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 등장도 채용 확대를 부채질한다.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는 2016년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 150명 이상이 근무한다. 스타트업 죽스는 2014년 4명에서 현재 520명이 근무하는 중견기업이 됐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미래차 기술 선점을 위해 공격 투자에 나섰다. 애플과 구글, 삼성, LG 등 국내외 IT·전자 대기업들이 미래차를 신산업으로 주목한 가운데 완성차 기업들도 속속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 현대차그룹은 차량 연구개발은 물론 전략, 제조, 소프트웨어(SW), IT 등 다양한 직군으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만 자율주행 제어 알고리즘 개발, 전기차 배터리와 구동모터 개발, 보안과 데이터 분석,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커넥티드카 부품 구매 등 수십개 미래차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했다.
현대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등 분야 경력사원을 연중 상시 채용 방식으로 뽑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새로운 시각을 갖춘 이종 산업 인재를 적극 영입하기 위해 연중 상시로 채용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일본 토요타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별도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새 회사는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 아이신과 함께 설립한 토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어드밴스트 디벨롭먼트(TRI-AD)다.
새 회사는 토요타에서 200명, 덴소와 아이신에서 100명 등 총 300명 규모 연구진을 꾸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선다. 수년 내 1000명까지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한 도쿄에 사무실을 마련해 국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한다.
우리 정부도 전기·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를 5대 신산업으로 꼽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기업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산업혁신 2020 플랫폼을 발족하고 향후 5년간 전기·자율주행차 분야에 34조원을 투자, 1만82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기술 대응할 인재 양성 서둘러야
시장 분석기관들은 사회 우려와 달리 향후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이 실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집리쿠르터에 따르면 2045년부터 2055년까지 자율주행차에 의한 실업률 증가 예상치는 0.06~0.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미래차 기술 발전으로 혜택을 보는 직군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경제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약 1550만명의 근로자가 운전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 이 가운데 1170만명은 집배원, 소방관, 응급 치료사 등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술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리쿠르터는 “신기술 등장으로 일자리 우세함은 숙련된 기술, 기술적 지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전문 학위가 없는 인력에게도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인공지능(AI) 전문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앞두고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IT 업계와 AI 전문가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과 구글 등 기존 거대 IT 기업들도 미래차 기술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일부 기업은 전공자 외 물리학자, 천문학자를 채용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미국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인재를 찾는 스타트업들도 크게 늘었다. 아예 연구소를 인재 영입이 수월한 중국이나 인도 등 제3국에 세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차 신산업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 양성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임금 일자리가 자연스레 줄어들지만, 알고리즘 설계와 사후 관리 감독 등 고급 일자리는 오히려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AI와 같은 신기술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른 인재 교육과 구성, 배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