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으로 과천에 돌아왔다. 떠난 지 1년여 만이다. 1급으로 용퇴한 그가 정무직 차관으로 복귀했으니 금의환향이다.
민 차관 이력과 평판을 감안하면 과천 재입성은 시점을 단정할 수 없었을 뿐 예상된 일이었다. 장·차관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배경(?)에 대한 구설수가 전무한 게 당연할 정도다.
민 차관은 옛 정보통신부 사무관 시절부터 '에이스'로 불렸다. 과장 시절에는 통신경쟁정책과에 이어 에이스만 갈 수 있다는 정책총괄과를 1년 6개월이나 맡았다.
국장 땐 옛 미래부 초대 대변인을 거쳐 기조실장을 지냈다. 대변인 시절 온화한 탈 권위 언행의 '신사형 대변인'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의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력 가운데 하나다. 2014년 부산 ITU 전권회의는 역대 최고로 기록됐다. 당시 의장직을 수행한 민 차관이 일등공신이다.
그렇다고 민 차관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본부가 아닌 외곽에서 근무했다. 와신상담하던 시기였다.
관료로 요직을 섭력했고, 역대 장·차관은 물론 후배 관료들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그의 능력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공직자로서 엄격한 자기관리, 조직을 아우르는 리더십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겸손하다. 의견을 수용하는 동시에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고, 합리 타당하게 조정·결정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복귀한 과기정통부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2차관 소관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 ICT 정책 결정 속도가 늦어졌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과기정통부와 현장 간 소통이 현저하게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기정통부가 과거 정통부·방통위·미래부보다 전반에 걸쳐 부족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문재인 정부의 ICT 정책 특징을 보여 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ICT 앞날은 불행히도 '벼랑 끝'에 와 있다.
민 차관은 ICT의 구원투수라는 직책을 부여받았다. 업계와 현장 소리를 듣고, 통찰력 있는 빠른 정책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몸을 풀고 워밍업할 시간조차 없어 보인다. 그만큼 우리 ICT 시장 현황이 어렵다.
ICT 정책 지연과 추진력 부족으로 현장 피로감은 상당하다. 민 차관이 지체된 ICT 정책에 속도감을 높이는 한편 미래 전략과 국가 경제 성장의 방향타를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ICT 컨트롤타워로서, 위상과 자존심 회복도 마찬가지다.
현장과 소통도 이전과 달라야 한다. 현장에선 과기정통부와 단절된 데 대한 불만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 차관도 1년여 동안 외부에서 현직에선 듣지 못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논리도 토론이 가능한 상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 차관이기 때문에 결심만 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민 차관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통신과 방송, ICT 관련 정책에 대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도록 아낌없이 건의하고 조언해야 한다. 실무에서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어 주고 지원하고 보완하는 역할도 민 차관 몫이다. 관록을 기대한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