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암호화폐 벌집계좌...규정 지키는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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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 거래량 1조원을 넘었던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가 은행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과 정부 집중관리 대상에 오르며 거래량과 브랜드 모두 추락하고 있다.

반면 정부 관리감독 대상이 대형 거래소에 집중된 틈을 타 중소형 거래소가 '집금 계좌(벌집 계좌)'를 대거 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가 암암리 불법 계좌를 운용하는 중소형 거래소로 갈아타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금융권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지킨 대형거래소만 피해를 보며 역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 규제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 업비트 등 국내 대형 거래소가 8개월이 넘도록 은행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계획했던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와 다양한 신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최근 3개월 새 빗썸, 업비트는 코인 거래량 기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코인원은 50위권 안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암호화폐거래소 랭킹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거래량 순위는 빗썸이 3.76%로 6위, 업비트 3.75%로 7위를 기록했다. 코인원은 0.34%로 27위, 코빗 0.12%로 39위에 랭크됐다. 국내 3대 대형 암호화폐거래소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서 상황이 급변했다.

코인제스트(2.01%) 7위, 빗썸(1.73%) 10위, 케셔레스트(0.65%) 19위, 업비트(0.62%) 22위, 코인원(0.06%) 56위를 기록했다. 상위 대형 거래소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순위가 요동쳤다.

금융당국의 안일한 관리가 사각지대를 만들어 발생한 현상이라는 게 업계측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대형 거래소만을 표적으로 삼아 검찰수사는 물론 블랙리스트처럼 관리하고 있다”며 “그 사이에 중소형 거래소가 벌집계좌를 대거 운영해 투자자가 거래소를 갈아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집계좌란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 위험성 때문에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중소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아 운영하는 편법이다.

실명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자 수가 증가하면 자금 출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해킹에도 매우 취약하다.

정부는 1월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벌집계좌 금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상당수 중소형 거래소가 편법으로 벌집계좌를 운영한다. 벌집계좌 활용방안도 블록체인 유관 커뮤니티에 다수 공유된다.

실제 A거래소를 이용중인 한 투자자는 “대형 거래소는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벌집계좌를 운용하는 소형 거래소로 갈아탔다”며 “편법인건 알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오히려 에어드롭 등 다양한 혜택도 받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대형거래소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 방침을 역행하는 행위를 하면 그대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시중 은행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우리)거래소 고객에게 신규계좌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어 정부가 불법으로 간주한 집금계좌(벌집계좌)를 이용하는 중소형 거래소로 투자자가 몰리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감독기관과 금융권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관리가 안되는 불법계좌만 더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피해 위험도 더 커졌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관련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고객 보호를 위해 벌집계좌 거래소에 대한 운영 실태부터 시급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최근 3개월 국내 거래소 전체 거래량 순위 변동 (출처-코인힐스

손놓은 암호화폐 벌집계좌...규정 지키는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눈물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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