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오라클, SAP 등 다국적 기업 SW 유지보수 시장이 재편된다. 오라클·SAP의 고비용 유지보수 서비스 대신 전문 업체나 시스템통합(SI) 서비스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도 정보기술(IT) 비용 절감을 위해 유지보수 서비스 체계 개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 중심 SW 유지보수 시장에 SI,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 업체 등이 가세하면서 국내 SW 유지보수 시장 판도도 경쟁 체제화 될 것으로 전망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IT 인프라 및 라이선스 통합 유지관리' 제안요청서(RFP)를 SI기업 등에 전달했다. △SW·HW 복잡한 계약구조 개선 △다수 운영 사업자간 개별 운영으로 효율성 결여 등 사업 목적이다. 범위는 △오라클 라이선스(당사 관련 전 제품) △마이크로소프트(MS) 라이선스 △HW·어플라이언스(SW+HW) 장비 등이다. 기간은 12월부터 2020년 7월까지 20개월간이다. 홈플러스는 제안 접수를 마감,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국내 SW 유지보수 시장은 오라클, SAP 등 다국적 기업 중심이었다. SW 가운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오라클이 시장을 60% 차지하고 있다. SAP, 마이크로소프트(MS)를 더하면 90% 수준이다. 전사자원관리(ERP)도 SAP와 오라클을 합치면 80%를 넘는다. 해당 제품의 유지보수 서비스도 모두 외산 공급업체가 수행하고 있다.
고객은 오라클과 SAP에 제품 가격에서 22% 이르는 비용을 해마다 지불하며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았다. 오라클과 SAP 국내 유지보수 매출은 연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오라클, SAP 고객이 홈플러스처럼 IT 비용 절감을 위해 유지보수 대안을 찾으면서 관련 시장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형 통신사 KT도 SAP 대신 유지보수 전문업체 서비스를 택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가 막판에 SAP 연장 계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 대기업 2∼3곳이 SW 유지보수 전문업체, SI 업계와 접촉해서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다”면서 “홈플러스가 오라클 SW 유지보수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문업체가 SI 서비스를 택한다면 홈플러스 뒤를 이을 국내 대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오라클과 SAP 등 다국적 기업에 국한돼 온 SW 유지보수 시장이 국내 SI와 SW 유지보수 전문 업계에도 열린다. 리미니스트리트, 스피니커서포트 등 글로벌 SW 유지보수 전문업체가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했다.
중견 SI 업계도 홈플러스 사업에 참여하는 등 유지보수 전문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W 유지보수는 오라클, SAP 등 해당 제품 판매 기업만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면서 “홈플러스처럼 대기업이 오라클, SAP 중심 유지보수 정책을 중단한다면 수천억원대 이르는 유지보수 전문 시장이 업계에 새롭게 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