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센터, 자산관리(WM) 센터 확충에 나섰다. 그간 '이자 장사'로만 수익을 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VIP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대형 플래그십 PB센터 압구정 지점 설립에 나섰다. 이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861.7제곱미터(㎡)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으며, 지난 17일 신축 현상 설계 공고를 냈다.
기존 PB센터처럼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되, 증권 업무까지 포괄하는 종합 금융 센터로 설립될 전망이다. 업체와의 계약은 내달 19일 이후 체결한다. 준공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전국에 PB센터 21곳을 운영하고 있다. PB센터는 5억~30억원을 다루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30억원 이상의 VVIP 고객은 강남 등에 위치한 스타PB센터에서 대응한다. 3억원~5억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골드앤와이즈라운지도 5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PB센터는 PB전용 상품과 포트폴리오 관리, 부동산·세무·투자전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시중은행이 '자산관리 대중화'에 앞장서는 추세다. 예대금리차에 의존하는 이자수익 대신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각 은행이 WM센터, PB센터 관련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PB와 WM센터를 합친 'PWM센터'를 구축, 은행과 증권 관리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신한은행 PMW도곡센터점에는 부동산 전문가까지 투입했다.
KEB하나은행은 '컬쳐뱅크'로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적으로 'KEB하나은행 플레이스1'은 현대 미술관 같은 외형을 갖췄으며, 내부에는 영화관, 음악감상실, 휴게실도 마련했다.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엔터테인먼트까지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초고액 자산가,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고객을 분류,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 지난해 WM사업단을 그룹으로 격상시킨 후 자산관리 분야 실적에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 수수료 이익은 2016년 11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90억원까지 급증했다.
외국계 은행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한국씨티은행은 VVIP 대상 WM센터를 경기 남부 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 최근 분당WM센터점 개설로 그 수가 7곳까지 늘어났다. SC제일은행도 일반 점포를 줄이는 대신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영업점은 줄이는 상황에서도 PB·WM센터는 확대되는 추세”라며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 수요 증가와 비이자부문 수익을 확대하려는 은행권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