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벼랑 끝 ICT코리아]'규제 강국'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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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은 '규제'다.

적절한 규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시장 발전을 돕는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혁신을 억누르고 적극적 투자 의지를 꺾는다. 생존을 건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우리 기업을 발목 잡으며 혁신을 가로막는다.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수많은 기업이 규제에 좌절하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가 지속 강조되는 배경이다.

5세대(5G)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다. 비단 통신 속도 향상 때문은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시티·원격의료 등 신산업이 5G를 토양 삼아 성장한다.

중국 화웨이는 5G 기술을 활용, 선전 지역 병원에서 로봇팔을 이용한 원격 초음파 검사기를 상용화했다.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와 환자를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 같은 원격 의료 서비스는 중국에서 약 2억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20년 가까이 의료법에 가로 막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는 도입 시점조차 예측이 어렵다.

한계가 분명한 시범 사업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때, 중국과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ICT 기반 원격 의료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 중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도 규제에 성장이 가로막혔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지난해 매출 75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리프트도 구글에 10억달러 투자 유치를 받는 등 시장가치 110억달러 이상 회사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 그랩까지 가세, 차량 공유 플랫폼 전쟁이 한창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선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법'에 발목 잡혔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와 차량 공유 서비스 경우,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택시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 간 중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의료 ICT 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기득권 세력의 강한 반발을 우려, 규제 개선은커녕 설득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원격 의료 등 신산업이 태동할 조짐이 보이면 이해 당사자가 반기를 들고 신산업은 다시 사그라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을 발목 잡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나라 ICT 산업 대표 주자격인 통신산업이 대표적이다.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기업의 자발적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 경제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ICT 전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스로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가입자 80만명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인정할 만큼 특정 산업 피해도 예상된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명분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주도 시장 가격 형성은 기업 투자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투자는 결국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후퇴하게 만들고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드론과 3차원(3D) 프린터 등 세계적 투자가 활발한 산업도 국내 규제로 인해 실기(失期)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지만 규제 일색인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면서 “산업 진흥과 규제라는 저울추를 규형있게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라고 말했다.

<표>주요 ICT 산업별 규제와 현황

[집중분석-벼랑 끝 ICT코리아]'규제 강국' 코리아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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