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해킹 피해 모르쇠 일관... 피해자 분통

페이스북이 해킹 피해를 모르쇠로 일관,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가 자력으로 경찰에 신고해 합의에 이르는 동안 페이스북은 제대로 된 답변조차 해주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 경찰청과 업무협조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수사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가 해킹을 당한 건 2월 13일 오전 12시였다. 해킹범이 2만 팔로우 보유 페이지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전화번호와 메일을 모두 자신 소유로 변경하는데 단 30분이면 충분했다. 페이스북은 뒤늦게 '누군가가 회원님의 계정에 접속했을 수 있음'이라는 메일을 발송했지만 이미 권한은 사라진 뒤였다.

A씨는 해킹을 인지하고 페이스북 고객센터에 접속했다. 고객센터 자주하는질문(FAQ)에 해킹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실질적인 대응방법은 없어 고객지원팀에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은 즉시 신고가 접수됐다고 응답했다.

3일 후 A씨는 진척상황을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해킹 신고 당시와 같은 대답이었다. 매크로 답변이었다.

A씨가 광고까지 진행하면서 성장시킨 페이지는 어느샌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광고가 덕지덕지 달린 페이지로 운영됐다. 해킹 피해 페이지인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A씨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개월 후 경기 일산 동부경찰서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김모 씨 등 5명을 잡아들였다. 2명은 구속했다. 김모 씨 등은 페이스북 회원에게 마치 광고게시를 의뢰할 것처럼 속여 접근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했다. 해킹한 계정정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내거나 페이지를 판매했다. 1억4000만원 부당이익을 챙겼다. 일당 서버에는 A씨 정보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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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산동부경찰서

페이스북이 의뢰한 수사는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가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수사·검거했다. 경찰은 100명이 넘는 피해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했다.

문제는 구속 이후였다. A씨는 범인이 잡혔는데도 페이스북이 페이지 권한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A씨 페이지가 다른 페이지와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다른 해킹 페이지들과 통합돼 14만 페이지로 변경돼있는 상태였다.

A씨는 “처음에는 범인이 합의금으로 제시한 금액으로 2만 팔로우를 다시 못 만드니까 형사처벌을 원했다”며 “그러나 페이스북이 통합된 페이지는 복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와 합의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 “해킹 페이지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며 판매 목적으로 팔로우를 늘려 판매한 페이지는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해킹 피해 권한 복구나 통합된 페이지 복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2월 13일 해킹 발생부터 7월 30일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페이스북이 방관만 했다고 주장한다. 수사과정과 사후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페이스북은 해킹센터에 신고한 건에 대해 계정을 찾아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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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씨 피해 페이지는 특정사이트의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A씨는 “페이스북 운영이 너무 화난다. 답변 한 줄 주지 않는다”며 “페이지 해킹 후 의견을 전달할 창구가 없었고 내 페이지는 6개월째 해킹당한 채 운영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A씨가 2년 넘게 공들여 제작했던 페이지는 현재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페이지가 됐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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