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가 15일 저녁 개막했다. 단연 국내 최대 만화 행사였다. 기세등등한 폭염도 만화에 대한 팬심과 열정을 가로막진 못했다. 올해 관람객 목표는 11만명이다.
이날 오후 행사 현장을 찾았다. 행사장 초입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유독 많았다. 8살 손녀와 함께 왔다는 이모(58세)씨는 “손녀가 3살 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들렀다”며 “지금은 손녀가 더 좋아해 매년 방문한다”고 말했다.
행사 주제는 '만화, 그 너머'다. 글자 그대로 만화 기반 신산업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 압권은 패션과 만화의 융합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기획한 세계 최초 만화 패션쇼가 열렸다.
만화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모델들이 차례로 올라 무대를 활보했다. 탤런트 홍석천, 김규리는 특별 게스트로 참가, 분위기를 돋웠다. 만화, 영화 간 결합도 성공적이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신과 함께'가 상영됐다. 350석 규모 영화관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공포 체험 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남동윤 작가의 웹툰 '귀신선생님과 고민 해결'을 소재로 공간을 꾸몄다. 웹툰 캐릭터가 귀신, 도깨비로 등장, 오싹함을 선사했다.
만화, 게임 캐릭터 옷을 입고 행사장을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도 인상적이다. 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일반들로 구성됐다. 게임 철권 캐릭터 '리 차오랑' 복장을 한 김모(28세)씨는 “리 차오랑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며 “화려한 코스프레 의상이 많아 내년에는 좀 더 꾸미고 참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대 행사도 다채롭게 전개됐다. 만화 회사들이 행사장 한켠에 개별 부스를 차렸다. 웹툰을 가상현실(VR) 플랫폼에 옮겨놓은 '코믹스 V'를 포함해 30여개 업체가 주력 상품을 선보였다.
만화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벼룩시장도 들어섰다. 기증받은 만화책 2만3000권이 관람객을 기다렸다. 주로 옛날 만화책이다. 1992년에 나온 아이큐 점프, 영 챔프와 같은 잡지도 보였다. 한 사람당 5권씩 가져갈 수 있다. 행사 시작 반나절 만에 3000권이 새 주인을 만났다.
만화를 볼 수 있는 장소마다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돗자리 만화방'은 불야성을 이뤘다. 만화책 500권이 구비됐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9시 닫는다. 최대 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만화를 보다 돗자리 옆 해먹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이 여유로움을 자아냈다.
행사 백미는 웹툰 작가 기안84 팬 사인회였다. 관람객들이 만든 긴 대기 행렬로 장관을 이뤘다. 30분 넘게 기다려야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기안84는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다.
신과 함께 원작자 주호민 작가도 참석했다. 팬 150여명이 주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몰렸다. 신과 함께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전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올해로 21회째다. 15~19일 닷새간 일정으로 열린다. 매년 7~8월 중 개최된다. 경기도 10대 축제에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관심이 높다. 세계적으로도 10만명 넘는 관람객이 참여하는 만화 행사는 손에 꼽힌다.
정부와 경기도는 행사를 키우기에 나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개막식 축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며 “부천이 만화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도 역량을 총동원, 문화와 콘텐츠 분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