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금융불안에 국내 증시 출렁..."신흥국 증시 약세 대비해야"

미국의 대 터키 제재 부과로 인한 리라화 폭락에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터키발 금융불안이 주변 신흥국과 유로존 및 국제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철강,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등 국내 주요 수출 품목 무역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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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0% 하락한 2248.4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3.72% 하락한 755.65를 기록했다.

최근 불거진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증시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13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리라화 가치는 10일(현지시간) 미국과 터키의 외교 갈등에 따른 제재 우려로 약 14% 하락했다. 이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올리겠다고 공식화한 이후 주말 동안 10% 넘게 추가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7리라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호가는 400bp를 상회했다. 지난해 말 터키 CDS스프레드는 166이다.

국내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부터 2270선을 내주며 출발해 2240선까지 밀렸다. 제약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 약화와 맞물려 셀트리온 등은 4% 넘게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5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발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위험기피 심리가 높아지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발 금융불안은 아르헨티나 등 여타 국가에 비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터키 경제규모는 약 8367억달러로 세계 18위에 이른다. 터키 금융위기로 인해 유럽계 은행이 한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을 줄일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국 요인에 의한 일부 취약국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전염되는지 여부”라며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유로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가속화시켜 글로벌 금융여건 전반의 악화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터키 철강기업과 국내 기업 간 경쟁도 예상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터키 철강 수출업체들은 결국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 혹은 아시아로 신규 시장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강 수출업체와의 경쟁 확대는 부정적이지만 물량 측면에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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