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EDA 지원 절실…"사무실 지원보다 설계 툴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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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 육성 정책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선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칩 설계 분야 지원보다 사무실 등과 같은 일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칩 하나를 설계하기 위해선 비용을 적어도 수억원 투입해서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툴을 구매해야 한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시스템반도체 분야 창업 확대는 요원하다고 업계 종사자는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창업 지원 방안으로 '설계지원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센터 주된 지원 내용은 전자부품연구원 내 창업 사무 공간 제공이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이 같은 정책이 발표되자 “가장 중요한 설계 툴 지원 정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팹리스 창업의 걸림돌이 사무실 지원보다 값 비싼 설계 툴 확보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부는 중소 팹리스, 디자인하우스가 정품 EDA 툴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십억원 수준의 예산을 배당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융합R&BD센터가 이 사업을 관장했다. 그러나 매년 예산이 줄더니 2016년부터는 아예 지원이 끊겼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어와 개발 실력, 의지만 있으면 스마트폰용 앱 개발 분야에선 큰 진입장벽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시스템반도체는 EDA 툴 구입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창업이 좌절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어려움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선뜻 이 분야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는 건 과거에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ETRI가 EDA를 지원할 당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간 매출이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이르는 팹리스 업체도 이 지원을 받았다. EDA 업계 관계자는 “증시에 상장돼 충분히 툴 값을 치를 능력이 되는 회사도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어떤 프로젝트는 20~30명이 동시에 툴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으로 구매된 툴 개수는 1~5개 불과했다. ETRI EDA 회원사로 이름을 올려 두고 모자란 툴은 불법 복제해서 쓰는 회사가 많았다. 일각에선 ETRI EDA 지원센터에 사람을 덜 쓰더라도 툴 개수를 늘려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2016년 EDA 업체 미국 시높시스는 이처럼 자사 툴을 불법 사용한 팹리스를 전격 단속, 과거 불법 사용 내역을 눈감아 주는 대신 신규로 비싼 값에 툴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단속에 걸린 회사 가운데에는 당시 매출 1000억원이 넘은 곳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돈 많은 중국은 정부가 지원해 주고 미국은 벤처 투자를 받아 툴 사용비를 낸다”면서 “한국은 정부 지원도 없고 반도체 분야 민간 투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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