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자리 창출·투자 확대 요청에 재계는 311조원 규모 투자·15만개 일자리 창출안으로 화답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LG, SK, 현대차, 신세계, 삼성 등 주요 그룹 총수를 연이어 만나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 협력사 상생 등을 요청했다. 재계의 대대적 투자를 이끌어 내는 한편,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규제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며 친기업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투자 구걸' 논란 속에서도 김 부총리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 살리기에 올인했다는 분석이다.
김 부총리를 만난 재계는 대규모 투자 계획안과 일자리 창출안을 정부에 안겼다.
그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지난해 12월 LG그룹이었다. LG그룹은 정부에 2018년 19조원 신규 투자, 1만명 신규 채용이라는 카드를 뽑았다. LG그룹은 신성장 동력인 전기차 부품, 자율 주행 센서, 카메라 모듈, 바이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투자한다.
올해 1월 정의선 현대동차그룹 부회장은 김 부총리를 만나 5년간 23조원 투자, 일자리 4만5000개 창출을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전동화, 로봇·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성장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협력사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 7316억원 규모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생결제시스템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27조원5000억원, 향후 3년간 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3년간 2만8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투자 대상은 5대 신사업으로 △반도체·소재 △에너지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를 집중 육성한다.
6월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김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3년간 9조원 투자, 매년 1만명 이상 신규 채용으로 화답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신세계그룹 평균 투자액보다 15.4% 늘어난 규모다. 비정규직 전환, 상생스토어 확대, 협력사 무이자 대출 지원 카드도 꺼내들어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주요 그룹이 투자금 약 131조원, 11만3000개 일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여기에 삼성이 8일 180조원, 4만명 직접 채용을 내걸면서 주요 그룹은 311조원, 약 15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큼지막한 선물을 내놨다.
재계 1위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 투자안을 내놓으면서 재계 전반으로 투자 확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정권 일자리 창출 기조에 호응해 올해 하반기에만 3100명을 선발한다. 이는 지난해 은행권 전체 채용인원인 2973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54% 확대한 46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재계와 기업이 정부 요청에 응답하면서 정부도 친기업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재계 협력관계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표】주요 그룹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계획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