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마시멜로가 하나 있어. 바로 먹어도 돼. 하지만 선생님이 나갔다가 들어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줄게.”
아이는 15분 동안 혼자 방에 남겨진다. 눈 앞에는 폭신한 마시멜로가 있다. 얼른 입에 쏙 넣어 달콤함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당장의 만족을 참으면 상은 두 배가 된다. 아이는 한 숨을 쉬고 발을 동동거린다.
아동의 자기통제력을 관찰하는 이 '마시멜로 실험'은 지난 수년간 학부모 및 교육학자를 자극한 심리학 실험이다. 1960년 스탠포드 대학의 월터 미쉘과 연구진은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하고 30년간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 아동기에 발달된 자기통제력은 미래 성공을 예측했다. 마시멜로를 기다린 아동은 청소년으로 자라 더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었고 인지능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러한 실험 결과에 따라 아동의 통제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과 교육방침이 만들어졌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간과한 사회경제적 배경
최근 연구는 기존 마시멜로 실험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동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뉴욕 대학과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그레그 던컨과 호아난 콴은 기존의 마시멜로 실험를 개선하여 재현했다. 첫째, 관찰 아동 수를 기존 90명에서 900명으로 늘려 일반화 가능성을 높였다. 둘째, 기존 연구의 경우 스탠포드 대학 구성원의 자녀를 관찰한 반면 새로운 연구는 부모의 소득과 학력의 범위를 넓혔다. 특히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에 주목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동의 장기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이들 연구자들은 자기통제력이 성공과 관련이 별로 없음을 발견했다. 중요한 건 아동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래 장기적 성공을 예측한다.
◇있을 때 먹는 게 적응적이다
아동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마시멜로 실험 통과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대학 학위가 없는 어머니의 아동들은 마시멜로를 먹어버리기까지 평균 3.99분이 걸리고 45%만이 실험을 통과했다. 반면 대학 학위를 소지한 어머니의 아동들은 평균 5.38분의 인내심을 보였고 68%가 실험을 통과했다. 즉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아동들은 더 큰 보상을 위해 당장의 만족을 지연시키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왜 기다리지 않는걸까? 경제적 빈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오늘 식탁 위의 저 고기는 내일이 되면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다림은 모험을 수반한다. 부모님이 더 사주겠노라 약속하더라도 때로는 지갑사정으로 그 약속이 무산되기도 한다. 즉 이들에게는 미래의 보상보다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한편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환경의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 기다리는 것이 더 쉽다. 이 아이들은 항상 식탁에 음식이 넉넉하게 준비된다는 것을 보고 자랐다. 또 오늘 계획이 틀어져도 미래에는 결국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 지금 눈앞의 사탕을 먹지 않아도 대신 내일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있다.
다른 연구들도 이러한 설명을 지지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 샌드힐 뮬리이나탄과 프리스턴 대학의 사회과학자 에드가 샤퍼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할 수록 장기적 목표보다 단기적 만족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네바다 대학의 사회학자 라니타 레이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이들은 끼니를 해결하기도 벅찰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지만 급여일이 되면 새로운 옷을 사고 머리를 염색하는데 돈을 탕진했다. 비록 사소하더라도 당장 자원이 있을 때 취하는 것이 척박한 생활을 견디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만족 추구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부모는 가능할 때 만족하도록 아이를 교육시키는 반면 좀 더 여유로운 부모는 더 큰 보상을 기다리도록 교육시킨다. 즉 현재의 만족을 더 중시하는 선택은 개인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경험하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적인 전략이다.
글: 백소정 서울대학교 인지과학 협동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