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3개 밴(VAN)사가 이달 말까지 집적회로(IC) 단말기 유예 신청을 한 가맹점이 전환을 이행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기존 마그네틱(MS) 결제망을 모두 끊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IC 단말 사용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사전 신청 가맹점에 전환 유예 기간을 줬다. 비용 부담이나 교체 기간을 고려한 조치다. 해당 가맹점은 현재도 MS 결제망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부가 IC 결제 유예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점을 악용하는 가맹점이 다수 발생하면서 나타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밴 업계가 신용카드 IC 단말기 유예를 신청한 가맹점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전환을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결제망을 끊는 '초강수 전략'을 확정했다.
현재 IC 결제 단말기 교체 신청을 했지만 아직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가맹점은 2만1000곳에 이른다. 추가 유예 신청을 한 중대형 가맹점까지 합산하면 3만여곳이 MS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밴 업계는 이달 말 전환을 목표로 IC 전환 유예 가맹점에 내용증명과 신규 단말기 설치 계획 등을 보내 조속한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밴사 고위 관계자는 “밴협회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IC 전환 유예를 신청한 가맹점에 개별 통보하고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이런 저런 핑계로 전환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가맹점은 모든 밴사 결제망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100% IC 전환 지도에 나서기는 하지만 가맹점 해지 등 초강수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자칫 영세 가맹점 대상으로 정부가 강제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금융 당국과 여신협회 등에 전환을 미룬 가맹점 유예 기간을 특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IC 전환 유예 신청을 한 뒤에 비용 등 이유로 실제 단말기 설치는 미루고 있다”면서 “정부 유예 대책을 빌미로 아직 MS 단말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말기 교체에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필요한 중대형 가맹점도 문제다. 기존 결제망을 강제로 끊으면 다수 소비자 불편 등 더 복잡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밴 업계도 원칙은 고수하면서 가맹점 규모와 상황 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저항 등이 있을 수 있어 유예 기간을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조속한 IC 전환을 위해 금융감독원 등과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