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혁신 아이콘'으로 떠오른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한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중국 업체도 잇따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와 오포도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 혁신 기업 왕좌를 놓고 한국과 중국 기업 자존심 싸움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샤오미와 오포가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들 기업은 폴더블 패널 제조사를 비롯해 폴더블 관련 국내외 재료·부품 공급사와 잇달아 협력을 꾀하고 있다. 양사 모두 내년 출시를 목표로 삼았다.
폴더블 스마트폰 구현 방식도 기업마다 조금씩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패널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택한 반면에 샤오미는 아웃폴딩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 크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아웃폴딩 방식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포가 추진하는 폴더블폰 개발 프로젝트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폴더블폰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에서도 한·중 대결이 예상된다.
화웨이가 중국 BOE로부터 폴더블 패널을 수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와 오포도 중국 패널사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BOE와 비전옥스가 공급사로 거론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일제히 폴더블폰 개발에 나선 이유는 제품을 가장 먼저 발표, 혁신 기업과 제품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은 가장 먼저 폴더블폰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디자인 및 기능을 모방하며 성장했다. 이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먼저 선보여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퍼스트 무버' 전략에 팔을 걷었다. 그동안 혁신 경쟁 구도가 '삼성 vs 애플'이었다면 앞으로 '삼성 vs 중국'으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샤오미 경우 제품 발표 후 곧바로 양산까지 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기획·개발 기간이 경쟁사보다 짧아 제품 완성도가 뒤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우선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합리 가격으로 점유율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폴더블폰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게 목표다. 당장 양산 준비보다는 최대한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발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의도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완성도를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폴더블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반영하고 패널 내구성을 극대화하는 등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첫 제품 발표는 물론 양산까지 모두 준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제품 출시 후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돌다리를 두들길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을 기하다가 개발이 계속 지연됐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자칫 세계 최초 타이틀을 넘겨주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한국과 중국 간 폴더블폰 대전이 시작되면 시장에서 어떤 가격대로 공급될 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0만원대, 중국이 100만원대 초반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데 비해 중국 제조사는 현지 내수 시장을 우선 겨냥,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춘 프리미엄 제품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워낙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어서 소비자 반응에 따라 폴더블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중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 현황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