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공익법인·금융보험사 규제 강화…“투자 여력 떨어질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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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공정위에 제출한 권고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대기업 경영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지주회사, 공익법인, 금융·보험사 규정에 부합하기 위한 대규모 계열사 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신규 사업추진·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기업현황 공시에 대한 부담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으론 국가 경제규모를 반영한 대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지고 기업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 효과가 기대되는 과제도 있다.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한 기업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29일 특위가 공개한 권고안에 따르면 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특위는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강화를 권고했다. 지금은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이다. 특위는 별도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상향이 예상된다.

이 경우 지주회사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유망 벤처를 인수·합병(M&A) 하려고 해도 자금 부담이 커진다. 기존 적용 중인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규정(100%)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특위에서 다수 의견으로 제시된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만 우선 적용하는 안'이 채택되면 기존 지주회사는 일단 한시름 놓는다.

지주회사의 공시 부담도 늘어난다. 특위는 내부거래공시에 대한 지주회사 예외규정을 삭제하고, 지주회사 배당 외 수익에 대한 현황공시 강화를 제안했다. 또한 공동손자회사 보유도 금지하도록 했다.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특위는 대기업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제도(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유지하는 한편 추가로 단독 의결권 행사를 5%로 제한하도록 했다. 특위는 또 15% 한도에서 예외적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는 사유 중 계열사 간 합병, 영업양도는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이 특정 대기업을 염두에 둔 것이며, 혁신성장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차원에서도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에 대해서도 금융·보험사 수준 의결권 제한을 도입하도록 했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회공헌 활동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반대로 대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사안도 있다.

특위는 '절차법제' 분과에서 피심인 보호 강화 방안을 담았다. 공정위 현장조사 때 조사 목적·내용·기간 등을 담은 공문을 교부하도록 해 기업 대응부담이 낮아진다. 공정위 심의 단계에서 현장조사를 금지하고, 기업이 조사·심의를 받을 때 변호인 도움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위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5%로 연동할 것을 권고했다. 시행 시기는 GDP의 0.5%가 10조원을 초과하는 해의 다음해부터다. 국가 경제규모를 반영한 '적정한 규제 범위'가 설정될 전망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규제 대상 포함 여부 예측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론 등에 의해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총액 기준을 갑자기 바꾸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는 “GDP의 0.5%가 10조원을 초과해 해당 규정이 시행되는 시기는 2022~2023년 정도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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