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세대 온·오프라인연계(O2O) 대표 모바일 기업 우버는 세계 택시 시장을 흔들며 명실상부한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3년 전만 해도 세계 어디든지 우버만 있으면 못 다닐 곳이 없었다. 그러나 예외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의 디디다처가 우버에 완승을 거두고 인수, 중국에서는 우버 서비스가 사라졌다. 그러나 중국에서 우버 첫 패배는 중국 모바일 기업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개입과 이해관계 때문에 충격보다는 중국 힘을 다시금 느끼는 정도의 사건이었다.
우버는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그랩을 만나고, 중국 패배에 이어 두 번째 큰 패배를 맛본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주요 동남아 국가에서 시종일관 밀리다가 결국 그랩에 인수돼 서비스가 정지되는 상황을 또 맞는다. 물론 여기에는 우버와 그랩에 동시 투자한 소프트뱅크 입김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동남아 전역에서 시장 점유율은 계속 밀리고 있었다. 그랩은 지금 본사를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그랩의 승리는 동남아 스타트업 가능성과 그들의 수준을 보여 주는 아주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기 해외 유학파 중심으로 시작한 동남아 스타트업 창업은 젊은 세대 전반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1차 산업 비중이 큰 동남아 특수성에 모바일 기술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단시간에 그들만의 투자 에코 시스템을 만들면서 유니콘 기업을 배출해 내고 있다. 동남아 10개국이 아세안(ASEAN)으로 연합해 시장은 효율 높게 통합돼 가고 있고, 소비력이 있는 6억 인구 시장은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술 전문 매체 테크인아시아는 지난해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가 사상 최대인 79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유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년의 25억달러(2조7000억원) 대비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랩 외에도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 인도네시아 호출형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 고젝 등 '유니콘 스타트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중국 장벽이 높다는 정보를 듣고 무모하게 동남아로 진출했다가 참패를 당하고 돌아오는 사례를 종종 본다. 매력을 끄는 시장이지만 이제는 우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나 제품 개발 원가가 낮은 장점이 있어서 경험 우위만을 내세워 접근하면 쉽게 따라잡힐 수 있다. 또 현지화도 현지인 고용 때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 때문에 소통의 갭을 줄여 가느라 시간 낭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현지 액셀러레이터나 동남아 경험이 있는 액셀러레이터 투자 유치 및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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