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새로운 운용체계(OS) 개발에 착수했다. 일명 '후크시아(Fuchsia)'로 불리는 신규 OS가 그것이다. 테크업계는 새 OS 개발 배경과 용도에 큰 관심을 나타낸다. 구글은 후크시아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5년 내 안드로이드와 크롬 대체 여부에는 난색을 표했다.
22일 블룸버그 및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후크시아 OS 개발에 100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했다. 개발팀에는 마티아스 두아르테를 비롯 9년간 안드로이드 수석보안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닉 크라베비크가 참여했다. 후크시아는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시대를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우선 3년 내 후크시아로 구동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 이미 후크시아 OS가 탑재된 시제품 개발 사실이 공개됐다. 앞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OS로 자리 잡을 지 주목된다.
후크시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아우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국한된 안드로이드 OS 한계를 벗어나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안드로이드 OS와 달리 음성 명령에도 적합하다.
후크시아는 모든 기능을 잘게 쪼갰다. 모듈형 OS로 부를 수도 있다. 후크시아의 '아르마딜로(Armadillo)'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나 iOS처럼 앱 형태가 아니다. 특정 기능만 수행하도록 모듈 타입으로 구성했다. 음성 제어를 위한 조치다. AI 스피커에 음성으로 특정 앱 구동을 명령하지 않고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능 단위로 묶어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다.
사용자 경험이 상이한 모바일과 노트북 환경 UI 실험도 이뤄졌다. 지난해 5월 아르마딜로는 멀티 윈도를 모바일 상에서 구현했다. 올 3월에는 데스크톱 지향 인터페이스 카피바라를 시험 중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키보드, 마우스로 주로 제어한다. 아르마딜로와 카피바라가 계속 사용될지, 개발 과정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안드로이드OS와 크롬OS를 완전 대체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IoT와 모바일, 노트북 환경을 모두 지원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복수 외신은 후크시아 개발 이유가 구글과 오라클 분쟁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구글이 오라클과 자바(Java) 분쟁을 겪은 뒤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새 OS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 구글홈 등으로 연결 환경을 만든다”면서 “사물인터넷 기기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면 구글과 오라클은 지속적인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기기 파편화 극복도 이유다. 애플과 달리 기기마다 OS를 일일이 맞춰야 한다.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 비율이 10% 안팎인 이유다. 개발자, 이용자 모두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프리 그로스만 콘파이드 공동창업자는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면 10년 전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며 “구글은 장치 제조업체와 통신 사업자에게 양보한 일부 권한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후크시아가 여러 실험용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라면서 “5년 내 다른 OS로 대체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후크시아가 기존 구글 사업 모델과 배치되는 점도 구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후크시아는 안드로이드 OS보다 더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도구를 탑재한다. 하지만 구글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 위치와 활동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사업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이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후크시아가 현재 OS를 대체할 경우 제조업체와 문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LG, 화웨이와 같은 제조업체는 안드로이드 OS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구글이 OS 공급을 변경할 경우 제조업계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후크시아는 선임 엔지니어 프로젝트일 뿐”이라며 “구글은 떠날 것 같은 노병을 막고 그들에게 주는 도전”이라고 부정적 내부 소식도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