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사업비 산정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SW사업비를 정산할 때 자주 사용하는 '헤드카운팅'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SW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공개했다. 불합리한 사업비 산정방식을 고치지 않고는 시장 성장은 물론 산업 발전이 요원하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헤드카운팅은 SW개발사업에 투입된 인원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계산하고 계획보다 인력이 덜 투입되면 대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관행처럼 굳어졌으며 이미 수년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생산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식 아래에서는 우수인력을 투입하거나 투입인력을 절감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불필요해진다. 인원 수 대비 대금을 지급하다보니 질적인 효율 보다는 양적인 인력만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나서거나 효율적인 운영방법을 찾을 동기가 사라졌다. 발주자 입장에서도 엔지니어를 지속 관리해 근로 조건 저하와 잦은 인력 이탈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단지 계량화하기가 손쉽다는 이유로 아직도 대다수 발주기관이 선호한다.
결국 SW 성장률에도 영향을 주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떨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W시장 성장률은 2013년과 2018년을 비교할 때 7.5%에 그쳤다. 세계 SW시장 성장률 17.1%에 비해 절반 이하이며 SW시장 규모도 16위(2016년 기준)에 머물렀다.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사업비 정산 방식을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인력 수와 관계없이 발주자가 요청하는 기능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했느냐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불합리한 발주와 인력관리 관행, 열악한 근로환경 등도 따져 보면 모두 헤드카운팅 방식의 문제다. 적정 대가를 지급하는 쪽으로 발주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혁신은 물론 성장도 불가능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SW육성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당장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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