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CATL, 배터리 생산공장 LG·삼성 텃밭 독일에 짓는다

LG화학·삼성SDI에다, 일본 파나소닉까지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한 중국 CATL이 유럽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지로 독일을 택했다.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헝가리 등 동유럽에 공장을 확보한 우리 배터리 업체와는 달리 자동차 강국인 독일을 직접 공략지로 삼았다.

복수의 유럽 자동차 업계가 공동 추진중인 'EU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까지 무산될 만큼 위협적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를 고객사로 둔 LG화학과 삼성SDI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10일 블롬버그통신에 따르면 CATL이 독일 튀링겐 주정부와 2억4000만 유로(약 3100억원)를 투자해 튀링겐 주 에르푸르트 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과 스마트제조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독일 방문 기간 체결된 이번 협약식에는 리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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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Zhejiang)에 위치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R&D센터.

CATL의 독일 생산공장은 오는 2021년부터 가동될 예정으로 2022년 연간 생산량이 14Gwh 규모다. 현지 600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는 BMW·폭스바겐·다임러·재규어랜드로버·푸조-시트로엥(PSA)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들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삼성SDI와 LG화학의 주요 고객사다.

이날 쩡위췬 CATL 회장은 “유럽의 첫번째 투자지로 독일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선두적인 동력전지 기술을 독일에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볼프강 티펜제 튀링겐 주 경제부 부장은 “CATL 투자는 튀링겐 주가 지난 10년간 유치한 가장 중요한 투자 중 하나로, 유럽 전기차 산업에 모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CATL의 독일 현지 공장 건설로 유럽 내 대규모 생산라인을 확보하며 다수의 자동차 업체를 고객사로 둔 LG화학과 삼성SDI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SDI와 LG화학·SK이노베이션은 독일 벤츠·BMW·폭스바겐·아우디뿐 아니라 재규어랜드로버, 르노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은 자국시장을 정복한 후 자본력과 가격경쟁력에 양산능력까지 갖추며 유럽 공략에 나섰다”며 “우리 기업에 큰 위협요인으로 정부 차원의 방향성과 전략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설립한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고수해 온 비야디(BYD) 등 기존 중국 업체와는 다른 전략을 편다. 애플 아이폰 배터리 공급사로 유명한 ATL로부터 파우치형 NCM 기술을 이전받아 지난 2011년에 분사 후 설립됐다. 중국 내에서는 베이징현대차를 포함해 BMW,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GM, BMW, 벤츠, 폭스바겐까지 공급처를 확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에서 CATL(4311㎿h)은 일본 파나소닉(4302㎿h)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CATL은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스아메리카리튬(NAL)에 투자해 48.44% 지분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