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이후 상용화 전망 속
WIP 장비 대안…고밀도 압축
고체 소재 안정성 유지 관건
한화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공정 설비 개발에 나섰다. 2027년 이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 설비로, 개발 성공 시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모멘텀은 연구개발(R&D)센터에서 롤 프레스 방식 전고체 배터리 고압 장비를 개발 중이다. 롤 프레스는 롤과 롤 사이에 극판을 넣고 일정한 두께로 압연, 전극을 고밀도로 압축하는 공정에서 활용되는 장비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화재 위험성은 낮출 수 있는 제품이다. 안전성이 우수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데, 소재가 고체로 구성되다보니 저항이 높다는 점이 공정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초고압을 가해 고체 전해질과 전극 계면 저항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이나 기름 등에 넣어 모든 방향에서 압력을 전달하는 '온간정수압프레스(WIP)' 장비가 개발됐다. 그러나 WIP는 자동화가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즉 양산성 확보가 최대 난제로, 한화모멘텀은 대안으로 롤 프레스 방식을 택했다. 롤 프레스는 WIP 기술과 달리 배터리 제조 공정에 연결시키는 '인라인'이 가능해 고속으로 배터리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화모멘텀 관계자는 “비연속식 WIP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롤 프레스 기반 연속 공정 설비로 전고체 배터리 장비 개발 방향을 잡았다”며 “연속식 압연 공정으로 저항을 낮추는 기술을 R&D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용 롤 프레스 장비는 소재가 깨지지 않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롤 프레스는 양면을 눌러 고압을 가하는 과정에서 고체 소재가 부숴져 특성에 문제가 생기는 점이 가장 큰 난관으로 알려졌다.
한화모멘텀의 롤 프레스 장비 개발은 전고체 배터리 설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차세대 전지로, 장비 공급망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장비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이차전지 제조사의 공급망에 선제 진입,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한화모멘텀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9년과 2030년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화모멘텀은 롤 프레스 장비 개발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추진한다. 회사 주력 제품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 설비로, 극판을 쌓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스태킹이나 노칭 등 조립 공정 장비도 개발했으나 아직 고객사 납품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고체 배터리 핵심 설비인 고압 공정 설비 개발을 통해 장비 라인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