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임기 중 P2P시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당초 P2P는 중금리 대출 및 개인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금융 혁신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P2P를 핀테크의 한 분야가 아닌 대부업으로 규정하면서,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정책에서 배제됐다. 현재 P2P업계는 대부업계와 마찬가지로 금융위 서민금융과 감독을 받고 있다.
관련 법도 미비한 상황이지만 금융위 태도는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법 공백기를 틈타 문제 업체가 끼어들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만 발생했다.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사기 및 부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가이드라인의 투자자 보호장치는 투자한도(부동산 1000만원, 그 외 2000만원)뿐이다. 분산투자를 유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한도의 '풍선효과'로 최근의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믿을 만한 업체에서 투자를 시작한 사람도 한도가 차서 다른 업체로 넘어가는 과정에 높은 수익률과 리워드를 내건 곳에 현혹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 연계 대부업자를 등록하게 한 이후로 투자자들이 'P2P업계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과도하게 수익률이 높은 업체에도 방심하고 간다”며 “하지만 현재 가이드라인으로 사기가 의심되는 업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 시행한 '금융위 연계대부업자 등록' 제도에도 한계가 있다. 금융위는 인·허가를 내준 연계대부업체만 감독·제재할 수 있다. 실제 P2P 사업자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업계는 부동산 관련 P2P 업체만을 문제 삼는 금융당국 태도도 문제라고 토로한다.
최근 의혹이 불거진 업체 전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자가 아니었음에도, 금융위는 '부동산 대출 공시 강화'를 대책으로 내걸었다.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맞추기 위한 차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강화된 P2P 시장 진입장벽, 투자자 피해 보호 장치 등이 명시된 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여러 P2P업체가 난립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P2P업계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한다”며 “진입장벽을 최대한 높이되, 그것을 통과한 업체에게는 투자한도를 완화해주는 내용이 명시된 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