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산업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 뒷받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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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 대화 분위기가 한국 경제에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면 모든 방면에서 남북 간 '윈윈' 관계가 형성되고,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새로운 동북아 경제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 과실을 향유하기 위해 남은 과제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극복하면서 한국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 혁신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장단기 정책 포트폴리오 선택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중심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 선진 사회 시현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을 택했다. 기득권을 파괴하는 개별 규제 완화에는 반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 또는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한다.

개별 정책은 모두 정당성이 있지만 문제는 동시다발성 정책을 '산업 혁신'이라는 전체 시각에서 통합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산업은 지난 10여년 동안 국제 경쟁력 약화로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했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소득 중심 성장 지속을 위해 역설적으로 새로운 산업 전략을 조기에 추진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된다.

새로운 산업 전략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중요한 변화'를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국제 통상 관계의 급변은 매우 심각한 도전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한·미 양자 간 통상에서부터 다자간 통상까지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다양한 도전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이 GATT-WTO 체제라는 글로벌 개방 경제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지금의 변화는 매우 살벌하며, 구조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제 분규가 확산되고 지정학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위협한다.

중국 정부의 산업통상 정책도 큰 도전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에서 보듯 중국은 '강대국 통상 전략'을 구사, 전략상 산업 이익을 위해 국제 통상 관계 활용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중국제조 2025'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사용하고, 국영 기업과 모든 민간 기업 통제를 강화해 신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자원 동원을 극대화하고 있다. 5G,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앞질러 발전하면서 한국의 산업 성장을 크게 제약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산업 내부의 혁신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 자율주행차 운행 등 신기술 분야에서 투자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적다. 앞으로 복지 예산 수요 급증으로 정부 R&D 규모가 유지되기 어려운 가운데 낮은 R&D 생산성은 혁신의 큰 장애 요인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 간 투자와 인재 양성 협력 부족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국가 혁신 시스템 생산성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계속된 노동 비용 상승과 금융 후진성도 혁신을 제약하고 있는 구조 요인이다.

소득 중심 성장 지속을 위한 산업 전략 수립은 국가 경제 미래를 지향하는 관점에 바탕을 둬야 한다. 산업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부처별 정책을 통합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부처를 명확히 해서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두되는 복잡한 통상 도전에 대응하면서도 전략 산업의 혁신 역량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한 권능이 해당 부처에 주어져야만 한다. 또 민·관이 제로섬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민·관의 역할 분담, 산업 기술 및 데이터 보호, 기업 지배 구조와 공정 경쟁, 고령화와 복지 확충, 지역 발전, 신에너지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략은 민간 이해 관계자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정부 주장을 일방으로 나열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진입한 만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공동 작업을 조기에 착수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수 전북대 석좌교수 bamboo.ks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