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긴다.
무기는 인공지능(AI)이다.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투자, 생태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박사급 전문 인력 200명도 투입한다. AI 구현에 재료가 되는 데이터도 적극 모은다. 데이터 사이트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로나 페어헤드 영국 국제통상부(DIT) 차관은 “공개 가능한 데이터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보다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 사이트를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I와 다른 분야 간 융합도 확대한다. 디지털 헬스, 스마트 시티, 커넥티드카와 접목, 시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미 디지털 헬스 영역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1970년대부터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내셔널 헬스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수백만건이 넘는 자료를 확보했다. 벤처 기업도 힘을 보탠다. 비네벌런트는 병원 치료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 환자 맞춤형 의약품을 찾아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영국은 데이터 수집에 관대하다. 로나 차관은 “익명성을 유지한 데이터만 취급한다”며 “리서치 목적으로만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도 걱정이 있다. AI가 사람 일자리를 뺏거나 전통 산업을 약화시킬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AI와 일자리 정책 사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도 철저히 일자리 관점에서 접근한다. 전통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가미한 업체와 세상에 없던 아이템으로 문을 연 회사를 구분한다.
새 시장을 개척한 기업일수록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판단,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 영국에는 액셀러레이터 조직과 인큐베이팅 센터가 200곳씩 활동 중이다. 인큐베이팅 센터에 입주하려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책임 의식을 지녀야 가능하다.
영국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에릭 반데클레이 디지털혁신센터장은 '씽크탱크 앤 듀탱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홍보에 나섰다. 일자리 감소와 변화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자리 이동이 심각해졌다”며 “정부, 기업 모두가 나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 규제 허들도 국내보다 낮다. 모든 결정을 시장에 맡기고 있다. 국내와 달리 우버 택시가 영국 시내를 왕성하게 누비는 이유다.
영국에서 택시기사가 되려면 4년간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반면 우버 드라이버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불평등 논란이 일긴 있지만 우리만큼 갈등이 심하진 않다. 오히려 공유경제 기반 기술이 트럭, 오토바이 기사 부족 현상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로나 차관은 “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산업 전략이라는 용어로 부른다”며 “세부 내용은 한국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생 5000명이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