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저장고와 석빙고에 들어가면 복사냉방 때문에 바람 없이도 시원합니다. 이를 참고해 소비자가 냉방을 원하면서도 찬바람을 직접 맞는 것을 꺼리는 '아이러니'를 풀었습니다.”
서형준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CE) 마스터(에어컨 개발 담당)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풍에어컨 개발 비화를 소개했다. 서 프로는 무풍에어컨 개발에 직접 참여한 개발진 가운데 한명이다.
무풍에어컨은 이용자에게 직접 닿는 찬 바람 없이도 실내를 적정 온도로 냉방한다. 석빙고와 와인저장고는 복사냉방 원리로 바람 없이 낮은 기온을 유지한다. 개발진은 복사냉방을 이상적 냉방으로 판단하고 복사냉방에 근접한 냉방방식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무풍에어컨은 운전 초기에는 기존 에어컨처럼 강력한 회오리 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무풍에어컨은 여기에 더해 설정 온도에 도달 시 찬바람 대신 무풍냉방으로 전환,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강한 바람이 나오는 토출구를 닫는 대신 13만5000개에 달하는 미세홀에서 미세바람을 내보낸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기류감을 느끼지 못한다.
개발진은 무풍냉방 기술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에어컨뿐만 아니라 스피커, 카메라 등 이종 제품에서도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따왔다.
서 마스터는 “메탈 쿨링 패널을 최적화하기 위해 메탈로 된 무수한 구멍을 갖춘 스피커를 참고했다”며 “내구성과 정숙성을 갖춘 바람문 구동 매커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망원렌즈 움직임을 접목했다. 이를 위해 카메라 기술자와 협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무풍에어컨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과 같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음성인식 기능, 자기진단, 원격 제어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 무풍 스탠드형 에어컨을 처음 선보인 후 무풍 기술 적용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는 공기청정기 '큐브'와 천정형 4웨이(way) 카세트, 무풍 스탠드형 에어컨 슬림에 무풍기술이 적용됐다.
서 마스터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풍에어컨 악취 발생 이슈에 대해 “모든 에어컨에서 더운 공기를 냉각할 때 열교환기에 습기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습기를 잘 건조하지 않으면 제품에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풍에어컨은 구멍이 있기 때문에 (타 제품보다) 오히려 통기성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