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문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인공지능(AI) 생태계 구현은 묘연하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개최한 'AI와 법률시장의 미래' 주제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고학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 분야에 머신러닝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국내 환경에선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법원이 판례나 인수합병 계약서와 같은 여러 법률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내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국가) 장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법률 외 다른 산업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도 데이터 공개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상용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데이터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데도 법원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며 “서둘러 민간에 개방, 법률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역할에 대해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원이 직접 법률 서비스 시장에 진출, 민간 사업자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본연의 재판 업무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데이터를 공개, 민간 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영익 인텔리콘 변호사도 “중국은 모든 법률 데이터를 공개했다”며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리걸테크 혁명이 일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응이 적절한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AI 시대 변화할 법률 시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법관, 변호사 대상 업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류 검토, 문서 작성 등 단순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균 법원행정처 판사는 “법관 숫자 부족으로 구술 변론 약화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AI가 제반 업무를 신속히 해결해준다면 변론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완전한 재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 판사는 데이터 공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정보공유센터를 만들어 사법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재판 업무에도 인공지능을 활용, 재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고학수 교수는 AI가 미칠 영향을 변호사 업무별로 분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주제로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내에선 논의는커녕 관련 논문조차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AI가 도입되면 서류 검토를 주로 담당하는 2년차 이하 변호사들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며 “새내기 변호사에 대한 교육, 훈련 방안이 준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안도 제시됐다. 이상용 교수는 “변호사 모습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서비스 고급화와 더불어 정부, 기업과 연결 고리를 강화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병관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해외 AI 변호사가 한국에 진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AI를 활용해 좋은 법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법조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AI는 변호사 업무를 도울 뿐 변호사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며 “AI 기술로 국민들에게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