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당국발 불확실성 리스크에 혼돈 끊이지 않는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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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간 엇박자에 금융시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입장이 개별 안건에 대한 해석부터 금융소비자보호, 금융 혁신 등 정책 전반에서 미묘하게 엇갈린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모범규준 도입 등 금융 IT보안 분야를 비롯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금감원의 입장과 금융산업 혁신과 선진화를 강조하는 금융위의 엇갈린 입장 속에 금융시장에서는 혼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불거진 당국 간 불협화음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1일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 조치사전통지서를 삼성바이오와 감사인에게 통보하면서다. 조치사전통지는 금감원이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 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이전에 위반 사실과 조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다. 금융시장 주요 안건은 그간 대부분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 이후 공개됐지만, 이번에는 그 전에 공개됐다.

금감원의 조치사전통지서가 공개된 직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전 통지가 공개되고 문제가 생긴 만큼 앞으로도 이렇게 금융감독원이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 별개로 검토해 봐야겠다”며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론 이전 사안을 공개한 금감원을 우회 비판했다.

실제 금감원의 통지서 공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조원 가량이 빠졌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위원회, 증선위 정례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주가는 끊임없이 출렁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 결과가 고의가 아닌 단순 과실로 기울 수 있다는 정황이 더해질 때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탄다.

회계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논의가 금융위와 금감원을 오가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볼멘 소리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도 “사실 자체를 조작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과 논리 구조에 이상이 없다면 (전문가의 판단으로 이뤄진 결정인 만큼) 회계 부정을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공회와 감독원 감리를 거쳐 상장 절차까지 진행한 사례를 뒤짚었다는 사실 자체가 회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셈”이라며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증선위가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기업 회계는 보수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카드전환, 핀테크 혁신에도 연이은 엇박자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발생한다.

정부는 카드 위·변조 등을 막기 위해 IC카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다음달 20일 이후에는 마그네틱카드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금융위 금감원 간 엇박자로 시장 참여자만 혼란스런 상황이 재현됐다.

금융위는 IC전환 촉진에 방점을 찍고 여신협회와 밴사에게 조속한 단말기 전환을 요청했다.

반면 금감원은 IC단말기 전환의 목적이 보안강화에 있는 만큼 2~3중의 인증체계를 밟아야만 합법 단말기로 인정받는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의견 차이에도 결국 금융위는 다음달까지 무조건 IC단말기를 교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교체 대상 단말기는 별도 보안인증과 국제IC카드보안인증(EMV) 등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금감원이 정해놓은 보안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앞뒤가 안맞는다. 진흥과 보안 강화라는 양측 입장이 충돌하고, 이 두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추진해야 하는 밴업계 등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에 놓였다.

핀테크 혁신 도입을 위한 각종 정책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3월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한 시범인가, 개별 규제면제 등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을 예고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배타적 운영권 등을 부여해 혁신 금융사업자의 시장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법 제정 이전 개별 서비스의 빠른 시행을 위한 테스트베드 도입도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공전 등으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이 미뤄지면서 금융위 단독으로는 이렇다 할 혁신 지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로서는 개별 금융권역에 위탁테스트를 확대하는 테스트베드 도입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진흥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망분리 적용 예외, 전용선 기반 암호화 통신 예외 가능 여부, 망연계 솔루션을 통한 정보보호시스템 연계 등 전자금융과 관련한 각종 사항은 금감원의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금융권의 판단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위는 현행 법령에 대한 법령해석과 행정 지도 일부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 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처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으로 움직이던 당시에는 금감원이 비조치의견서를 내고 금융위가 법령해석을 해주면 업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하는지가 점점 혼돈 스러워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