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숨은 보석 발굴단" 반디 퇴직자들 스타트업 투자자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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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소프트웨어 기술과 경영·투자 전문가들이 퇴직 후 뭉쳐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 눈길을 끈다. 첨단 기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은퇴 후에도 전문성을 살려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반디 컨소시아(공동대표 김중조·석준형)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1세대 전문가인 석준형 한양대 교수(전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 김중조 제주대 석좌교수(에드워드코리아 명예회장), 최기남 전 케이씨텍 사장(케이씨텍 창립멤버)이 뜻을 모아 2017년 1월 설립했다. 현재 총 11명의 업계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반디 컨소시아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전문가 14명이 참여한 '반디개인투자조합' 설립도 이끌었다. 기술·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하다 보니 스타트업에 절실한 투자 유치 기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디개인투자조합은 대학 교수 등 업계 1세대 전문가들이 사재를 털어 총 9억9000만원 규모로 1호 펀드를 조성했다. 벤처기업인, 예비창업인 등으로 구성된 벤처 커뮤니티 '브이포럼'을 만든 KAIST 배인탁 교수가 펀드매니저로 활동한다.

반디 컨소시아와 반디개인투자조합은 지금까지 총 6개 기업에 투자했다. 반디 컨소시아가 기술·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한 기업 중 기술력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를 연결한다. 투자 규모는 기업당 1억~2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스타트업이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고 특히 좀 더 큰 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디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한 구성원은 대부분이 업계 1세대 전문가인 게 특징이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교수도 있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전·후방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은퇴한 전문가도 있다.

석준형 반디 컨소시아 대표는 “수익을 얻겠다는 목표보다는 실력 있는 후배를 양성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개인들이 뜻을 모아 출자했다”며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가 많아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디 컨소시아는 반도체·디스플레이·소프트웨어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게 목표다. 전문 기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어떤 기술을 보완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기술 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술 개발 협업이 필요하면 이에 알맞은 기업이나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킹 역량도 강점이다.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경영·투자 전문가 풀을 이용해 투자 유치도 지원한다.

설립 후 지금까지 반디 컨소시아는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의 장비, 소재, 부품 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과 일했다. 국내 주요 투자사 의뢰를 받아 기술 자문·검증 서비스도 제공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디스플레이·반도체 강국이지만 이 분야 창업은 미국 등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반디 컨소시아는 한국에도 좋은 기술을 가진 첨단 스타트업이 많다고 보고 있다.

반디 컨소시아와 반디개인투자조합이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는 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검사솔루션 기업 수아랩이 이미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장비·로봇 모션제어 기업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 등 지금까지 총 6개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반디 컨소시아는 앞으로 기술 컨설팅 서비스를 활성화해 전문 영역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한 전문가가 많은 만큼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전문 첨단기술 컨설팅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 대표는 “반디 컨소시아는 현재 기술보다 경영 컨설팅 비중이 높다”며 “은퇴한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기술 컨설팅을 활성화해 많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퇴직한 전문가들이 다시 국내 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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