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착시'에 따른 위기의식은 우리나라의 높은 수출 의존도에서 비롯됐다. 우리 경제를 내수가 아닌 수출이 떠받치고 수출은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이 미약해지는 시점이 와도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수출 산업 발굴과 함께 내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5조605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 증가했다. 1.0% 성장에 있어 민간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P)인 반면, 수출 기여도는 1.8%P로 나타났다. 민간소비가 수출만큼 활발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높은 수출 의존도는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2016년 기준 수출액을 GDP로 나눈 수출 의존도는 중국(19.1%) 일본(13.1%), 인도(11.7%) 등과 비교해 한국(35.1%)이 월등하게 높다.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세계경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면 내수가 튼튼하면 대외여건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한 쪽으로 쏠림 없는 내수와 수출 간 균형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나라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내수가 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내수 비중은 2000년 전후 10년(1996~2005년) 평균 70.1%에서 2010년 전후 10년(2006~2015년) 평균 56.0%로 14.1%P 하락했다.
최근 내수가 다소 부진했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경제 호조세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3.1%)로 회복한 것도 세계경제가 양호했던 영향이 크다. 올해도 세계경제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부터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우려가 커졌다.
세계은행(WB)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자료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시장환율 기준)이 2018년 3.1%, 2019년 3.0%, 2020년 2.9%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WB는 “2018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1%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선진국 성장 둔화, 주요 원자재 수출국 회복세가 다소 약해지면서 향후 2년간 점진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WB는 보호무역주의 확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개도국 취약성 증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세계경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지만 내수 증가세가 둔화해 각각 2.9%, 2.7% 성장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투자 증가세 둔화를 소비가 상당 부분 완충하면서 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민간소비와 투자 전반이 올해보다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내수 활성화에 기반하는 만큼 관련 적극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가 안정, 소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대대적 규제혁신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KD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성장,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해 내수 확대가 부가가치 창출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개혁은 고령화 등으로 노동투입 양적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양질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업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에 기여할 것”이라며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는 서비스 수출, 해외 소비 상대 가치 하락 등으로 국내 서비스업 경기 개선과 고용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