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카드 수수료 인하' 이슈가 또다시 논란이다. 영세 소상공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국회의원도 '카드수수료 0원' 공약을 내거는 등 카드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카드수수료는 선거철만 되면 등장, 벌써 아홉 번째 인하가 이뤄졌다. 카드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할 수밖에 없다며 한탄한다. 물론 그동안 카드사는 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 노조가 이례로 '카드수수료 체계' 조정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세상인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대형 가맹점에는 수수료를 더 받자는 것이 골자다.
카드 시장에서 갑중갑은 대형 가맹점이다. 밴사에는 막대한 리베이트를 받아 왔고, 카드사에는 이벤트 마케팅비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리베이트를 받을 길이 막히자 정치권 행태를 악용,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때 슬그머니 자신들 수수료도 낮춰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 같은 문화는 십수년째 반복됐다.
카드 수수료 인하 구조 문제는 이제 논의가 돼야 한다. 무조건 영세상인 수수료 인하에만 목매는 포퓰리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 카드수수료를 인하했을 때 그 혜택이 영세가맹점에 돌아가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대형 가맹점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금융 당국에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가맹점 대상으로 하한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들 대형 가맹점에 으름장을 놓을 수 있는 방법도 법제 장치도 없는 현실이다.
비슷한 예로 IC단말기 전환 문제도 그렇다. 금융 당국이 대형 가맹점에 IC단말기 전환을 요구하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 기회에 정부는 포퓰리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반복할 게 아니라 대형 가맹점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소관 부처도 더 이상 책임 소재만 따지며 떠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