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초음파 방식' 센서 채택...中업체 상용화로 미룰 수 없어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공개할 '갤럭시S10'(가칭)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구현한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은 화면 위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지문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전면이 화면으로 가득 찬 풀 스크린이나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만들 때 꼭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삼성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 채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비보나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가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은 삼성이 스마트폰 혁신에 재시동을 거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10'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도입을 확정하고 삼성디스플레이 등 협력사와 함께 제반 준비에 착수했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상용화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맡고, 센서는 퀄컴이 낙점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은 센서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 디스플레이에서 지문이 인식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뒷면에 초음파 방식 센서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이 초음파 방식 센서 공급을 맡고 삼성디스플레이가 S10 패널 제조와 패널에 센서를 부착하는 공정까지 담당하게 된다.
초음파 방식은 초음파 세기와 위치 변화 등으로 지문 모양과 특징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사물을 투과하는 초음파 특성상 패널 뒷면에서 센서가 작동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센서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패널 구조나 화질에 주는 영향이 덜해 초음파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기획할 때부터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을 검토해 왔다. 광학식, 초음파식, 정전식 등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살폈지만 실제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품질, 성능, 수율 등에서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적용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 사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비보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스마트폰을 내놓은 데 이어 화웨이까지 올해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은 이 같은 경쟁사 동향에 자극을 받아 올해 들어 와 기술 도입을 더욱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삼성전자가 얼마나 완성도 높은 기술을 보여 줄 것인가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안팎에서 받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도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인식 속도가 빠르면서 보안이 강화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을 보여 줄 경우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시장에는 소비자 눈높이를 만족하는 제품이 등장하지 않았고,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이 구현되면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이 올해 출시할 신형 아이폰에 지난해와 같은 얼굴 인식 기술(페이스ID)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애플과 경쟁에서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갤럭시S10은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S시리즈 출시 10주년을 맞는 모델이다. 능력이나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의 '비욘드'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일 정도로 새로운 기술 탑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혁신 제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