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아비트리지(해외원정 시세차익)',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 첫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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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암호화폐 시세차익을 위해 수차례 해외 원정 '아비트리지(재정거래)'를 하다 적발돼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기업은 폐업 위기에 놓였다. 암호화폐 관련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암호화폐를 악용한 환치기 규정이 모호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산업협회 회원사로 가입된 유망 스타트업 기업 A사 대표가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A사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사업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블록체인 송금사업을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 사업 승인을 내주지 않자 아비트리지 덫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A사 대표는 송금 사업을 준비하며 알게 된 정보 등으로 해외에서 비트코인 등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 이를 한국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누렸다. 통상 20%에서 많게는 40%가량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금전이익이 계속 발생하자 거래 규모가 커지고 누적되면서 환치기 혐의로 구속된 것.

올해 초 한국에서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이면,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는 600만~800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최소 20% 수익을 앉아서 번 셈이다.

아비트리지는 재정거래, 차익거래 등으로 불린다. 가격이 싼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입, 프리미엄이 붙어 시세가 높게 형성된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송금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암호화폐 광풍으로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40~50%까지 붙었던 당시 횡행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차익 실현은 쉽지 않다. 우선 해외 거래소에 계정을 개설하고 현지에서 통용 가능한 금융 수단이 있어야 한다. 보통 테더(USTD)라는 미국 달러 가격 기반 코인을 중간에 끼는 방법도 많이 활용한다.

해외 은행 계좌를 트거나 현지 파트너를 두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 해외 송금 시에는 외환거래법에 걸릴 수 있다.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사실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자 암호화폐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지만 김치 프리미엄으로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스팀잇 등에는 여전히 재정거래 후기나 관련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남아있다.

올해 1월께 남겨진 한 후기에는 '해외 거래소에서 100여만원 어치 비트코인을 신용카드로 구입해 한국에 팔아 한 시간 만에 24만원을 벌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카드결제 수수료가 4%가량 붙었으나 김치 프리미엄 30%로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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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용자는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 송금으로 미국에 있는 지인 은행 계좌에 9000달러를 보냈다. 프리미엄이 20%에 육박할 당시다. 하지만 은행 송금에 4일이 걸리고 코인 전송에 12시간이 걸리는 동안 프리미엄이 사라져 손해를 봤다.

문제는 외국환거래법이 암호화폐 부문에 적용하면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국환거래법(8조1항)에 따르면 해외송금 등 외국환 업무는 금융회사(은행 등)나 일정 자본·시설·인력을 갖춰 정부에 등록한 기업만 가능하다. 환치기는 은행 등을 이용하지 않는 거래이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 위배된다.

관세청은 암호화폐 아비트리지가 불법인 이유는 '암호화폐' 때문이 아닌 '환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는 법으로 정의·거래절차 등이 규정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 등으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국내외로 이동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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