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2차원 반도체 물질 이황화몰리브덴(MoS₂)에서 '홀스타인 폴라론(Holstein polaron)'을 처음 발견했다. 홀스타인 플라론은 고온초전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1950년대에 제안된 합성 입자(composite particle)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29일 이황화몰리브덴에서 물질 표면에 도핑된 전자를 분광학적 방법으로 정밀하게 측정, 홀스타인 폴라론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온초전도는 임계온도가 비교적 높은 100K(영하 173℃) 이상에서 초전도를 보이는 현상이다.
홀스타인 폴라론은 물질 내 폴라론 입자 거동을 설명하는 이론모델이다. 물질 속 전자가 주변 원자를 강하게 끌어당겨 원자 배열을 왜곡시키면서 움직인다는 가설에 기초했다. 1950년대 이후 고온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존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차원 물질의 전자구조 측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 분해능을 달성했다. 절대온도 12K(영하 261℃)에서 초전도 현상이 보고된 이황화몰리브덴 표면에서 홀스타인 폴라론 입자의 미묘한 신호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초전도성이 나타날 때 폴라론 입자의 결합 세기가 점차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폴라론 입자 결합과 초전도 현상 간 숨은 연관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며 고온초전도 현상을 폴라론 간 결합으로 설명하는 이론모델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폴라론(polaron)은 1933년 소련 과학자 란다우가 고체 내 전자와 원자 간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복합 입자다. 고온초전도 메커니즘을 폴라론 입자의 결합으로 설명하는 것은 고온초전도 현상의 유력한 이론이다.
김근수 교수는 “2차원 물질의 제어 가능한 물성을 이용해 중요한 합성 입자를 발견한 사례”라면서 “고온초전도 같은 물리학의 난제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연세대 미래선도연구사업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28일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