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년 5개월 만에 포토라인에 섰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24일 오후 12시 55분께 서울 목동에 위치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명희 이사장도 같은 혐의로 연루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생의 물컵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땅콩회항 이후 3년 만에 포토라인에 다시 섰는데 국민께 한 말씀 부탁한다'는 마지막 질문에 “죄송합니다”고 짧게 답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비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정황이 담긴 대한항공 내부문건도 최근 공개됐다. 문건에는 한진일가가 대한항공 비서실과 인사부, 해외지점 등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현지고용과 입국, 교육 과정 등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조력으로 불법적 방법으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조양호 회장과 이 이사장 부부가 거주하는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이촌동 자택에 고용된 정황이 있다.
앞서 출입국 당국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16일에는 인사 전략실 직원을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필리핀 지점이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해 연수생 비자를 주는 등 '인력 차출'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조 전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 이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장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 오는 28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