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한 남측 취재단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방북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이상기류가 감도는 가운데 북한이 약속했던 핵실험장 폐기 공개행사는 이르면 24일 치러질 전망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당초 북한이 다음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신경전 국면으로 전환한 북미가 핵실험장 폐기 행사 결과를 각각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쯤 우리 정부가 남측 취재단 명단을 재통보하자 이를 접수했다. 남측 취재단 8명은 오후 12시 30분 쯤 정부 'VCN-235'수송기를 이용해 성남공항에서 원산을 향해 출발, 오후 2시께 도착했다. 정부가 취재진을 위해 정부 수송기를 띄운 것은 대북제재와 원산에 먼저 도착한 국제기자단과의 합류 시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민항기와 달리 정부 수송기는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한국을 포함한 외신기자단은 이날 오후 6시께 풍계리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은 원산역에서 풍계리에 인접한 재덕역까지 416㎞ 구간을 기차로 이동한다. 북한 철로 사정상 취재진을 태운 기차는 시속 35㎞ 느린 속도로 이동, 12시간쯤 뒤 재덕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취재진은 재덕역에서 21㎞가량 떨어진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차량을 타고 이동한다. 마지막 한 시간 가량은 도보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전 풍계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관계자는 원산에서 남측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24일) 일기 상황이 좋으면 (핵실험장 폐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측을 제외한 외신 취재진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용기편으로 원산으로 들어갔다. 북한은 한국을 포함해 5개국 취재진을 초청했으나 전날까지 우리 측 취재진 명단은 접수하지 않았다.
그 사이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남북 관계가 급랭하면서 우리 측 취재단의 방북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따랐다.
중국 CCTV는 취재진 숙소인 원산 갈마 초대소에 있는 기자를 연결해 우리 취재진의 방북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CCTV는 “한국 취재진이 정부 수송기를 통해 원산으로 출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신기자단은 이를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지에 있는 외신기자단은 한국 취재진이 도착할 예정인 원산 갈마 비행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취재할 것”이라면서 “현장에서는 한국 취재진의 급작스러운 원산행에 외신기자단의 풍계리 출발 시간을 늦출지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CTV는 “외신기자단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측이 준비한 핵실험장 폐쇄방식과 이와 관련한 세세한 기술적인 부분”이라며 “핵실험장 폐쇄방식에 대해 외부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취재진이 주목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북한은 이곳을 폐기해 향후 핵실험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던질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이달 23∼25일 기상 조건을 고려해 풍계리 폐기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입구를 폐쇄할 계획이다. 지상에 있는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시설도 철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