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이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내년도 경영성과급 삭감을 최근 공지한 가운데 현대해상 노조가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분담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현대해상보험지부는 17일 서울 종로구 현대해상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해상의 내년도 경영성과금 삭감 결정을 비판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700% 지급하던 경영성과금을 내년부터 300%로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병주 금융노조 현대해상보험지부장은 “성과분배금의 일방적 변경은 단순히 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몫을 빼앗아 사측의 몫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지급률과 지급방법, 계산방법을 변경하려면 노조와 합의는 필수적이지만, 사측은 노조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임금삭감 계획을 공지했다. 독재정권에서나 할 만한 짓을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고 비판했다.
현대해상 노조는 회사가 주장하는 불확실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일방적인 희생 강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배당성향이 25%를 초과하고 있고, CEO 연봉은 매년 20% 이상 인상하는 상황에 임금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경영성과금 지급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건 노동자의 몫을 빼앗아 사측의 몫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4억2300만원, 이철영 부회장은 13억2100만원, 박찬종 사장은 10억5200만원의 연봉을 받아 전년(21억6300만원, 10억7100만원, 8억3400만원) 대비 각각 상승했다.
노조는 회사가 했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90% 이상 노동자가 시간 외 수당도 받지 못하면서 8시 이전에 출근해서 일하고, 휴일수당 없이 주말에도 일하고 있다”며 “보직자 눈치를 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생리휴가는 남의 회사 얘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비정규직 채용 시 사전에 노사 간 합의하게 되어 있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을 모집해 단체협약을 무력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노조의 이런 주장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2012년부터 6년간 경영성과금 기준을 바꾸지 않았고, 인상해왔으니 기준 자체를 손 볼 필요가 있다, 논의해 보자는 의미로 공지한 것”이라며 “경영성과금 자체도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것인데 경영 환경 불확실성 가능성이 있으니, 조정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6342억원으로 전년(4891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8.2% 늘어난 4727억원, 매출액인 보험료 수익은 1.7% 증가한 12조862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 2016년(203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 때문에 현대해상은 지난 2016~2017년까지 2년간 각각 경영성과금을 700% 직원에게 제공했었다.
현대해상은 “과거 2012년 당시 20조원이던 자산이 최근 40조원까지 늘면서 자산운용만으로도 매년 이익이 많이 나는 구조가 됐다”며 “이에 따라 매년 순이익이 증가한다고 경영성과금을 지급하는 건 성과금의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FRS17, 후순위채 등으로 자본확충 등을 검토하는 상황인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해 경영성과금을 손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규칙 변경행위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회사에 민·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