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건희 부재 4년, 삼성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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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재편했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며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겪었다.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실적은 중심을 잘 잡았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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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고 실적 행진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인 2014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에 그치며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2014년 연간으로도 영업이익이 25조251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보다 32%나 급감한 수치였다. 당시 실적 부진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 판매가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경영을 맡은 이 부회장은 실적 회복을 이끌었고, 지난해부터는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과 스마트폰 사업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인 53조645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사상 처음 영업이익 60조 돌파도 기대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두 차례 빅딜로 화학과 방산 부문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계열사 사업 정리 등도 진행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지속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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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하만과 시너지를 내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왼쪽부터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 디네시 팔리왈 하만 최고경영자(CEO), 박종환 삼성전자 부사장.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

실적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삼성 총수 가운데 첫 구속이었다. 이 부회장은 353일간 수감생활을 거쳐 올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아직 3심이 남아 있어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돼 있는 기간 동안 삼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계열사별 독립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전환 초기 사업전략 수립과 조직개편, 인사 등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뉴 삼성' 향해 속도 내야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실적 안정화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조이언트, 데이코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스타트업부터 규모가 있는 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에 지분투자를 했다. 미래 투자의 정점은 글로벌 전장부품 기업 하만 인수다. 국내 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약 8조5856억원)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하며, 단숨에 전장부품 분야 글로벌 사업자로 도약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뉴 삼성'을 향한 변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하지만 경영 보폭을 넓히려는 순간 악재가 발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 주도로 강화하던 M&A와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동안 멈췄던 미래 성장동력 찾기는 다시 재개됐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잇달아 해외 출장을 나서며 끊어졌던 네트워크 회복 활동을 폈다. 유럽과 캐나다, 중국,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며 주요 사업자와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주춤했던 투자와 M&A도 재개하며, 뉴 삼성을 향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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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샤오미 매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웨이보

◇국민 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

삼성은 확고한 재계 1위 그룹이다.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 위상은 1위 기업과는 딴판이다. 최순실 사태 등을 거치며 삼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 배당 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가뜩이나 국민 정서가 안 좋다보니 비난 목소리가 더 커졌다.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비난 받는 일도 있다. 삼성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는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이사회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로만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한 것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등 정부 시책에 적극 부응하는 것도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노조 활동도 보장한 것도 과거에 생각할 수 없던 변화다. 주주친화정책 강화,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된 이후 삼성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면서 “많은 변화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더 큰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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