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이 일반인 대상 암호화폐공개(ICO)를 접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인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으면서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ICO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것도 텔레그램이 일반인 대상 공개 판매를 취소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두 차례 사전 ICO로 약 200명의 개인투자자에게 디지털 토큰을 판매, 17억달러(약 1조8300억원)의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금액인 12억달러를 초과 달성하면서 '퍼블릭 세일'로 불리는 공개 ICO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 없게 됐다.
강화된 규제도 이번 계획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를 추진할 때 제공하는 디지털 토큰을 유가증권으로 간주하고, 불공정거래나 사기거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소수 자산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판매의 경우 해당 회사 경영진을 면밀하게 조사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금융전문가의 말을 빌어 “규제 관점에서 보면 일반 공개 판매는 소규모 개인 판매보다 텔레그램에 훨씬 위험하다”면서 “개인 판매를 통해 텔래그램이 모금한 금액을 고려할 때 공개 판매를 통해 굳이 추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은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ON, Telegram Open Network)'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조달한 자금으로 약 2억명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재개발할 계획이다.
텔래그램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ICO를 앞두고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판매를 진행했다. 이런 움직임이 투자자는 물론 규제당국의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고 WSJ는 지적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ICO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웠고, 텔레그램 ICO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텔레그램은 지난 2월 미 SEC에 첫 ICO로 총 81명의 투자자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모금했다. 3월에는 두 번째 사전 판매를 통해 94명의 투자자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추가 모금했다. 기관투자자 등 소수 투자자에게만 제공된 사전 판매로 최소 투자 단위는 100만달러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