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핀테크, 2018년 블록체인. 대한민국에 4차 산업혁명을 모토로 하는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블록체인은 화두로 등장하자마자 증권거래, P2P대출, 물류 및 국제 송금 등 전 산업에 걸친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비금융권과 금융권 구분 없이 이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모든 산업 주체가 매달린 채로 따라가려는 이 쏜살같은 시류 속에 유일하게 못 쫓아가는 주체는 정부인 듯하다.
핀테크에 대해 정부가 보인 반응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었다. P2P 가이드라인은 투자자의 연간 투자 금액을 제한하고, P2P 업체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투자가마저 해당 가이드라인에 반대 입장이다. 대부업법상 투자 자금 한도나 대부자금원 주체를 규제할 근거가 없음에도 법령도 아닌 행정 지도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이라는 형태로 사실상 관련 업체를 규제한 상태로 1년 이상을 끌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제한은 P2P 업체와 소매금융 업체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헌법상 평등원칙 위반) P2P 업체가 자신의 자금으로 사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재산권 보장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대응은 더 모호했다. 암호화폐를 자금세탁, 투기의 온상으로 보고 거래소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관련 의무 부과 및 ICO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은 가상통화 및 거래소 등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어 이 가이드라인이 법령이라면 가상통화와 거래소를 법령에 도입한 최초의 사례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역시 행정지도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부는 본인임이 확인된 이용자의 은행계좌와 취급 업소의 동일 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서비스(실명 확인 서비스라고 하지만 종래의 은행 실명 확인과는 무관한 명명)를 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거래소에 대해 은행은 거래를 거절하도록 했다.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은 나아가 거래소 고유 재산과 이용자의 예탁·거래금을 분리하여 관리하고 있는지, 거래소가 이용자를 상대로 암호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 등을 설명하는지, 정부가 발표하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책의 준수 여부까지 확인하도록 했다. 은행에 이런 의무를 부과해서 거래소에 의무를 간접 부과하는 것이 자금세탁 방지나 실명 확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금지나 의무 부과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기본법인 특정 금융거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및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 규정에 근거가 있거나 위임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자금세탁 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 규정이 고객 확인 의무 이행 과정에서 고객에게 부당한 권리 침해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한 것을 위반했다고 볼 소지도 있다. 자금세탁 방지와 무관한 각종 의무를 간접 형태로 거래소에 부과한 것은 자금세탁 방지라는 규제의 목적에 비춰 과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 것이다. 타 금융기관 또는 일반 사기업에 비춰 합리적인 차별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에 평등 원칙에 위배, 위헌 소지도 있다.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암호화폐거래소 설립은 사실상 중단됐고, ICO를 포함한 신규 사업은 편법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두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려고 하지만 정작 제도는 아직도 과거에 묶여 있다. 그러나 규제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형법상 사기죄 및 특정 금융거래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미 규제를 위한 목적으로는 별 부족함이 없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동승해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뒤처지지 않고 앞서 나가려면 법치주의를 준수하면서 지원을 위한 시스템과 정책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tklee@dongi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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