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죽은 돼지에게서 뇌만 따로 떼어내 뇌세포를 살려낸 뒤 36시간 동안 살아있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BBC에 따르면 네나드 세스탄 예일대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뇌만 따로 분리해 뇌세포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의료적 목적에서 진행된 것이지만 죽은 몸과 분리된 채 살아있는 뇌를 인격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 논쟁을 촉발했다.
연구팀은 돼지 몸통에서 뇌를 분리한 뒤 '브레인 엑스'라고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뇌에 산소와 혈액 공급이 계속 이뤄지도록 했다. 100여 마리의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36시간 동안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세스탄 교수는 이 같은 실험을 인간의 뇌에 적용하면 암,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질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는 3월 28일 열린 미 국립보건원(NIH) 뇌과학 회의에서 공개됐으며, 최근 매사추세츠 공대(MIT)가 발간하는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도 실렸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이 성공할 경우 사체와 분리된 채 살아있는 인간의 뇌가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지, 이 뇌를 인격체로 봐야 할 것인지 등 윤리적 문제가 대두하기 때문이다.
또 몸과 분리돼 살아있는 뇌를 인격체로 인정한다면, 몸이 심하게 훼손돼 죽음을 앞둔 환자의 뇌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해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세스탄 교수 자신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누군가 이 기술을 발전시켜 죽은 사람의 뇌를 복원한다면 그건 인간을 복원하는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스탄 교수는 미 유명 신경과학자 16명과 함께 25일 발간된 학술지 '네이처'에 실은 기고문에서도 이런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국이 이러한 연구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